security_login_new.png
cs_new_10.pngside_bottom_02.png
문화&라이프

"우정은 가장 섬세한 사랑이다"...영화 '소울 메이트'

by 22기배현주기자 posted Jun 13, 2023 Views 829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당신은 당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가이 영화는 이 물음에 긍정으로 답한 두 주인공의 생각을 깨뜨리며 전개된다. 나조차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며 성장의 아픔과 불확실함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상대의 아픔을 알기에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곁에 있든, 곁에 있지 않든, 태양과 달처럼. 사랑과 우정. 우정과 사랑. 미로 같은 두 단어 사이 서로의 꿈을 그리던 아름답고 찬란한 이야기. 영화 소울메이트를 소개한다.


우정은 가장 섬세한 사랑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다니던 문장이다. 우정과 사랑은 별개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랑 안에 우정이 있다. 벅차오르게 애틋하고 벅차오르게 사랑하는 감정이 우정이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하은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드러낸 미소처럼, 이들의 우정은 사랑 없이는 꺼낼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인이 죽고 힘없이 살던 미소에게 하은이 토해내듯 뱉은 말은, 너를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미소의 마음은 속수무책으로 발가벗겨진다. 우정이 이보다 노골적일 수는 없다 느껴졌다. 해는 그림자 덕분에 안온하게 빛나듯, 돌고 돌아도 사랑을 뱉어내는 그들을 보며 사랑의 섬세함을 느꼈다


영화 중반부에 아주 잠시 비춰지는 영어 문구이다. 하은은 미소의 자유로움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 속의 섬세함을 사랑한다. 진우는 하은과 만나면서도 그의 얼굴에 있는 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미소는 하은에게 처음으로 뒷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하은의 점을 사랑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둘의 사랑이 처음으로 드러난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라 생각한다. 진우는 옆에 있으면서도 모르지만, 미소는 곁을 내주면서도 그의 아주 작은 점을 아는 동시에 그걸 사랑하기까지 한다. 뒤돌아 볼 때 순간의 눈빛과 하품할 때 맺히는 눈물, 그리고 웃을 때 보이는 앞니 두 톨을 사랑하면서.


35b4972abe1a30625f0aff7a4d52a9bd.jpg

[이미지 제공=소울 메이트 공식 SNS]


나는 문득 당신이 늘 그리는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랑 없이는 그릴 수조차 없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 마음을 그리든, 봄을 그리든, 그리운 누군가를 그리든, 최대한 똑같이. 모든 그리움은 사랑을 닮아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본 당신은 외려 사랑이 그리움을 닮아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진우를 그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깊이 알게 된 하은처럼, 당신이 그 사람을 그리며 당신의 사랑은 무엇을 닮아있는지, 그 사랑은 무엇을 그려내고 있는지 깨달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소와 하은의 마지막 통화 장면을 보며, 헤어질 결심이 떠올랐다. 해준과 서래가 마지막으로 통화하며 서래가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고백할 때,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는 순간이 겹친다. 소울메이트를 보며 어쩌면 미소와 하은이 해준과 서래보다도 애틋하게 사랑했다고 생각했다. 헤어질 결심의 그들보다 사랑을 알아채기 어려웠을 테니까. 서래와 해준의 사랑은 아무도 모르는 깊은 바다 속에 있다면, 미소와 하은의 사랑은 그들이 쌓아온 무수한 그림들과 둘이 함께 비로소 완성한 미소의 그림에 묻어있는 것이다.


원작인 칠월과 안생의 화장실 씬을 보니 이 영화가 더 좋아졌다. 원작에서는 안생이 칠월과 가명 모두 사랑하지만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칠월이라고 한다. 돌고 돌아 깨닫게 되는 어떤 변치 않는 사실처럼. 칠월과 안생이라는 제목처럼. 우정이라 치부해 피해도 돌아올 사랑처럼.

 

"네가 아무 이유 없이 날 이해한 것처럼, 나도 아무 물음 없이 너를 이해할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치 미소가 하은에게 했을 법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나를 그리며 떠올렸을 우리의 무수한 순간들을 잘 간직한다는 다짐같은 영화라고 총평한다. 미소가 하은의 유작을 완성하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보았을 때 천천히 떠올랐을 여름의 은하수처럼. 

 

이 영화를 무어라 정의해야 할지 이 긴 글을 쓰면서도 끝까지 떠올리지 못했다. 숨이 차게 당신에게 달려가는 마음을 무어라 정의할 도리가 없다. 당신에게 가는 길에 본 꽃과 나무와 고양이 모두 당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나는 그래서 당신을 그리고 싶었다. 당신을 그리며 당신보다도 내 마음을 알고 싶었다. 당신을 느끼는 나의 마음을. 그 마음을 적나라하게 알게 되어 나는 당신의 그림으로만 남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당신을 다시 만나는 날에는 내가 당신을 그려주겠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나는 너의 그림이 되었다.

  

우정은 사랑보다 훨씬 비극적이다. 우정이 사랑보다 더 오래 가기 때문이다작가 오스카와일드가 한 말이다. 잔인하리만큼 미소와 하은을 완벽히 표현한 문장이다. 영화는 하은과 진우의 사랑에 대해서 깊게 서술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미소와 하은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든 다 좋다는 말로 사랑을 퉁치는 진우의 사랑으로는 미소와 하은의 사랑을 가늠할 수 없다.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어 사랑인 줄 몰랐을 그들은 비극적이고 가히 사랑스럽다.


c72bf9f36952c717fb07cf46796fe9ae.jpg

[이미지 제공=소울 메이트 공식 SNS]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림처럼 자유로운 하은이 바이칼 호수 앞에서 미소짓는 장면이다. 이제야 자유로워진 하은은 미소가 준 바이칼 호수 엽서 사진을 손에 들고 장엄한 바이칼 호수를 천천히 걸어나간다. 처음에는 이걸 왜 마지막 장면으로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이들을 마주하고 나선, 그 의미를 한 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도 모를 너의 자유 앞에서 힘껏 행복하겠다는 너의 다짐. 그리고 옅게 띄우는 미소. 그 뜻만으로도 이 영화는 완전해진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랑이나 우정을 논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감히 말해본다. 두 단어를 뛰어넘어 흐릿하게 보이는 저 너머의 나와 너, 비로소 우리. 나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영화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물음을 띄우는 당신에게 직선을 그려 길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하은과 미소의 그림처럼, 흐릿하면서도 또 때론 선명하게 보여준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22기 배현주기자]




Copyright ⓒ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www.youthpress.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ltw_kyp_adbanner5.png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이름 조회 수
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국내 첫 개인전 file 2023.03.30 박우진 703576
[포토]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초요컨트리클럽(CC) file 2023.03.22 조영채 701126
[PICK] 요즘 떠오르는 힐링수업, ‘플라워 클래스’ 2 file 2021.08.27 조민주 1122044
SNS.. 그 편리함 속 숨겨진 역기능 4 file 2016.03.18 김주영 23505
부산 마을버스 신형 단말기 설치 중 file 2016.03.19 박성수 23915
내가 다녀온 오키나와 file 2016.03.19 정송희 18044
우리의 여가시간, 무엇으로 보내고 있을까? 2 file 2016.03.19 신경민 18316
훈훈한 네티즌들의 선행, 백범 김구 선생의 정신을 기리며 2 file 2016.03.19 전지우 17952
어스아워(Earth Hour), 지구를 위한 첫걸음 3 file 2016.03.19 박하연 15278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시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file 2016.03.19 최찬영 16935
참 언론의 참 기능, 영화 <스포트라이트> 2 file 2016.03.20 임하늘 15681
조선시대로 시간여행!! 무예24기!! 1 file 2016.03.20 박성우 18462
청소년에게 날개를 달아주다! '부평구청소년수련관 자치조직 발대식' file 2016.03.20 박소윤 15832
'데이 마케팅'에 가벼워지는 지갑 2 file 2016.03.20 3기김유진기자 18126
잘나가는 영화들의 잘나가는 이유! 3 file 2016.03.20 이봉근 15806
[해외특파원 뉴스] Discover India: 인도 탐방기 file 2016.03.20 이지선 13512
이런 시를 아시나요? 1 file 2016.03.20 백소예 18588
리본 공예, 장애인 마음도 환하게 비춰주다 file 2016.03.20 김현구 16582
꽃피는 하늘 아래, 서울과 새롭게 만나다 file 2016.03.20 민원영 14641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 우리는 잊어서도 안 되고, 잊을 수도 없다. 2 2016.03.20 이승윤 15304
안쓰는 물건 팔고, 기부도 하고. 일석이조! 재활용장터, '보물섬' 1 file 2016.03.20 문수연 18388
우리들의 뷰티시대 2 file 2016.03.20 조선민 15258
청소년들의 색다른 경험-보라매청소년수련관 동아리인준식과 발대식 file 2016.03.21 김민지 16204
독도 체험관, 서울에서 독도를 만나다 file 2016.03.21 이소민 18418
작지만 큰 나라, 대만 3 file 2016.03.21 조혜온 18955
드라마 태양의 후예 ‘우르크’ 실제 장소가 아니다?! file 2016.03.21 심가은 16668
기자가 되고 싶다면? '스포트라이트' 처럼! file 2016.03.21 김지현 17437
'요즘 핫하지 말입니다'...'태양의 후예'의 이모저모 file 2016.03.21 이채은 15449
2016 프로야구 시작 전 몸풀기 하고 가세요~(롯데자이언츠) file 2016.03.21 김규리 16829
폐쇄된 놀이공원, 활력을 되찾다! file 2016.03.21 박지혜 24512
다함께 즐기는, 보라매 청소년 수련관 '동아리 인준식' file 2016.03.21 이은경 19979
부천시민 여러분, 나무 심으러 오세요! file 2016.03.21 백재원 14294
1919년 3월 1일 , 그날의 함성이 우리에게 닿는 날 file 2016.03.21 한지혜 16483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1위 '주토피아'! 2 file 2016.03.21 김민지 21633
미래 산업, 네이버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file 2016.03.22 김준영 17398
잠자는 숲속의 중력파 1 file 2016.03.22 김준영 15859
예비 선교사들, 3월 16일 친목과 교육 가져 file 2016.03.22 최선빈 15989
학교 별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인기 file 2016.03.22 조하은 23823
끊임없이 흐르는 작가, 한강 file 2016.03.23 김초영 16854
화합하는 '대한민국'이 되는 길 file 2016.03.23 김지원 16042
죽은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한 여성 1 file 2016.03.23 정희진 15636
2016 트렌드, 로즈쿼츠와 세레니티 1 file 2016.03.23 강하윤 29394
서귀포로 유채꽃 보러올래요? 1 file 2016.03.23 박정선 17537
'태양의 후예' 시청률 30% 돌파 직전, 무엇이 그토록 열광하게 만드는가 2 file 2016.03.24 김경은 24121
새 학년 새 학기 3월! 어떻게 보냈어? file 2016.03.24 오지은 15923
제 37회 만해백일장, 그 열기 속으로 file 2016.03.24 김민서 16823
성남fc 겨울 이적시장 총정리 file 2016.03.24 박상민 16617
Happiness~ 돌아온 걸크러쉬 1 file 2016.03.24 박진우 19642
가요계의 봄 file 2016.03.24 이나현 15781
'제가 좀 영향력이 있지 말입니다' - 드라마 [태양의 후예] 와 PPL file 2016.03.24 이시은 22874
중국이 발령한 '송중기 주의보' 1 file 2016.03.24 손지환 1603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98 Next
/ 98
new_side_09.png
new_side_10.png
new_side_1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