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urity_login_new.png
cs_new_10.pngside_bottom_02.png
시사포커스

오스만의 파리 도시계획, 여의도에서 재현되나? -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마스터플랜

by 6기신유진기자G posted Jul 25, 2018 Views 1265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1853년 파리 시 도지사로 취임한 유젠 오스만은 황제의 행정력과 부르주아 자본의 힘을 앞세워 3차에 걸쳐 파리 전역에 걸친 대규모 도시개조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오스만은 다섯 가지 원칙 아래 도시를 파헤쳤다. 첫째, 교통을 위해 도시를 관통하는 50개 대로를 건설하였다. 둘째, 가로축에 개선문과 콩코드 광장, 루브르궁 같은 거대한 상징물을 설치했다. 셋째, 도로와 주요 관공서는 파리시가 직접 개발하되 나머지 부지는 민간에 분양해 간접 개발하는 혼합방식을 택했다. 넷째, ·하수도와 학교, 병원 등 인프라를 확보하였다. 다섯째, 녹지 공간 확보에 힘을 쏟았다. 오스만은 1870년까지 재임하며 시내 비위생 구역을 정리하고 하수도 600와 방사형 도로망, 철도 환상선을 깔았다.

 

이렇게 재건축되는 부지에 정식 임차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살고 있던 사람들은 거의 보상금을 받지 못하였고, 재입주의 권리 또한 인정받지 못한 채 퇴거당하였다. 재개발로 인한 도심의 부동산은 투기로 인해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재개발을 피한 몇몇 도심의 노동자들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했고, 도심에서 추방당해 북서쪽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이주하게 된다. 노동자계급이 이렇게 중심부에서 축출되어 외곽으로 쫓겨남에 따라 파리의 근교까지 개발과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대체로 부유한 부르주아 사람들은 탐탁지 않은 빈민 구역이 사라진다는 것을 환영했다. 반면에 토지 소유자와 정식 임차인들은 상당한 보상을 받았다. 게다가 도시 채권을 구입한 이들은 이 사업에 재정상의 지분 또한 확보하고 있었다. 이렇게 오스만의 도시계획은 계급 계층에 따른 도시 공간의 사회적 분화를 심화시켰다.

 

오스만은 이러한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하나의 도시 경제로서 파리가 겪고 있는 특수한 위기의 맥락에서 자신이 직면한 거시 경제적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세부적인 문제에 대해 강렬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거리 장식의 디자인을 꼼꼼하게 검토했다(가스등, 가판대, 심지어는 베스파시엔(vespasiennes)이라 불리는 도로 소변기의 디자인까지도). 그는 세세한 문제에까지 신경 써서 정렬하는 데 강박적으로 집착했다. 그는 센강에 걸린 술리 다리의 각도를 조정하여 바스티유의 원기둥에서 다리를 거쳐 팡테옹(Panthéon)까지가 일직선상에 놓이도록 했고, 엄청난 기계공학적 묘기를 부려 승리의 기념주를 옮겨 새로 만들어진 샤틀레 궁전의 중심부에 설치했다.

 

게다가 오스만이 건축가 베이이(Bailly)에게 상업 병원(Tribunal de Commerce)의 돔을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당시 괴상하다고 여겨졌는데, 오스만의 주장은 그래야 그 건물이 새로 건축된 세바스토폴 대로를 따라 내려오는 시선 위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었다. 국지적으로 비대칭이 되겠지만 도시라는 더 큰 규모에서는 대칭적 효과를 창출하도록 한 것이다.

 

오스만이 사업을 총지휘하던 17년 동안 새로 들어선 건물이 75천 동으로, 대부분 5층 이하로 형태와 구조가 똑같아 오스만 양식으로 불린 신축 빌딩의 1층에는 노천카페와 음식점이 입주하고 위층에는 부자들의 살림집이 들어섰다. 이에 따라 파리 도심은 급속하게 부촌으로 변해갔다. 반면 건물을 짓느라 빈민들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가옥 2만 동이 헐렸다. 멀쩡한 건물도 오스만이 지도에 그은 직선에 따라 잘려나갔으니 불만도 컸다. 그렇기에 도시 재개발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 이면에 매혹적인 옛 도시 파리에 대한 분별없는 학살이라는 비판 또한 꾸준히 제기된다.

 

다만 오스만이 해임되었을 무렵 그가 착수한 도시 변형 과정은 이미 굉장한 동력을 얻은 뒤였으며, 거의 중단시킬 수 없는 상태였다. 오페라대로의 완성과 같은 사례로 대표되는 오스만화’(Haussmannization: 간단하게 대로화라고도 일컬어지는 도시 개조 과정)는 그가 해임된 뒤에도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이러한 작업의 가치가 워낙 훌륭하게 입증되었고, 건축가와 행정가들의 명성도 탄탄하게 확립되었으며, 도시 계획 전개의 논리도 기반이 튼튼하고 전체 개념도 지극히 잘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파리는 그 뒤 30년이 지난 뒤에도 대체로 오스만이 규정한 노선에 따라 개발되었다.


 파리 1.jpg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6기 신유진기자]


결국, 오스만이 남긴 것은 위대한 기념물이 아니라 파리라는 도시이다. 위대한 야망, 국가 최고 지도층의 강력한 지지, 책임감을 가진 집행관, 재정법적 장치, 능력 있는 전문가 집단, 그리고 20년 가까운 일관된 작업 기간이라는 가히 완벽한 조건하에 건설된 이 도시는 한 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까지도 큰 변화 없이 훌륭히 도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파리의 19세기 도시 미학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스만의 파리처럼 박원순의 여의도를 만드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7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기 위한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공개하였다. 최고 50층까지 건물 높이를 올려 수변 스카이라인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여의도를 주거·상업·녹지 공간이 어우러진 초고층 국제 금융 도시로 만들 박원순 시장의 야심을 담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라며 공원과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 높이를 높일 계획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여의도를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여의도 마스터플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자세한 내용은 올해 하반기에 발표될 예정인데, 현재까지는 여의도 전역을 상업 지역화하여 초고층 건물로 재건축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의도의 시범, 진주, 대교, 한양, 삼부아파트는 현재 일반주거시설로 규정되어 35층 고도 제한을 받고 있지만, 서울시가 용도 변경을 허가하면 최고 50층 건물로 재건축할 수 있다. 그 외에 한강변에 있는 여의도 초··고등학교를 재배치하고 한강공원 녹지 공간을 확대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아예 한강변을 선착장으로 개발하여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현재 고려되고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 교통도 정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상습 정체 구간인 여의도와 노량진 사이를 잇는 길을 새로 만들고 여의도와 용산을 잇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추가적인 철도 시설 계획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개발 이후의 인구밀도가 증가에 대비하여 도로 폭을 확대하는 등 대로변 상의 정비는 예정되어 있음을 시사하였다.

 

이러한 박원순 시장의 파격적인 발표 이후 여의도 일대는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 매매 관련 전화 문의가 평소의 5배 이상으로 늘어났으나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의 대부분 거둬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의도는 애당초 각 조합에서 재건축 계획을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터라 마스터 플랜에 묶인 상황이 불만족스러운 주민들도 상당수 있다. 특히 지난달 20일 시범아파트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개발 기본 계획 변경안을 제출했으나 심의 보류 결정을 받았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먼저 신탁사를 선정해 자체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던 시범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2011한강 르네상스를 추진하던 오세훈 전 시장의 계획 백지화를 고려해보면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개발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시에 오 전 시장 또한 여의도 통합 재개발을 추진했다. 11개 아파트단지, 614301의 용도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방식의 고밀도 개발이었으나 기부채납 비율을 조합원들의 예상(25%)과 다르게 40%로 설정하게 되면서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효화 되었다.

 

도시 개발보다는 도시 재생에 초점을 맞추던 박원순 시장의 파격적인 여의도 도시 개발 계획이 성공하여 오스만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여의도를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경제부=6기 신유진기자]




Copyright ⓒ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www.youthpress.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ltw_kyp_adbanner5.png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이름 조회 수
[기자수첩] 일본 애니에 밀린 한국영화...한국영화가 몰락하는 이유 file 2023.04.11 나윤아 254021
[PICK] 'SRT 전라선 투입'... 철도노조 반발 파업 file 2021.11.22 김명현 423463
[단독] 시민단체가 국회 명칭 도용해 ‘청소년 국회’ 운영..‘대한민국청소년의회’ 주의 필요 file 2018.05.31 디지털이슈팀 636686
베르테르 효과와 미디어 file 2018.01.26 정다윤 12990
"Remember 0416" 세월호 3주기 추모 행사 file 2017.04.15 윤하은 12988
남북 경헙의 미래 성공 or 실패 file 2019.03.28 김의성 12985
[기자수첩] 부산 오피스텔 돌려차기 사건...가해자는 전과 18범이었다 file 2023.04.26 김진원 12984
영화 '택시운전사'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5 file 2017.08.08 박수지 12981
대학원 조교들의 현실 2 file 2017.03.22 최동준 12972
[청소년에게 묻다②] 청소년이 말하는 '여성차별'과 '페미니즘' 3 file 2017.10.25 방수빈 12950
야자 폐지, 석식 중단, 꿈의 대학, 과연 꿈의 교육 실현 가능할까? 2 file 2017.03.20 윤익현 12950
경제가 시사하는 게 ISSUE - 최저임금 제도와 정부의 개입 1 file 2018.08.20 김민우 12947
다가올 민중총궐기, 혼란의 정치권 file 2017.02.24 진우성 12940
2017에서 2018, 변화하는 ICT 10대 이슈들 2 file 2018.01.10 허예림 12932
로봇으로 대체되는 인간의 삶, 더욱 필요해진 로봇세 file 2017.03.25 임선민 12931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이후 조기 대선은? 1 file 2017.03.10 최예현 12930
권리와 자유를 지키는 홍콩의 목소리 1 file 2019.09.30 김하민 12925
지진 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지진 교육의 충격적인 민낯 3 file 2018.03.12 한유성 12920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NO JAPAN file 2019.08.29 선혜인 12914
미투운동, 변질되다? file 2018.03.26 마하경 12914
독감 백신, 대체 어떤 종류가 있길래? 4 2020.11.02 김태은 12879
세월호 인양, 장미대선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인가 file 2017.03.25 최푸른 12859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는 사회 양극화 현상 3 file 2019.05.07 송수진 12857
울산 석유비축시설 지진에 안전한가? file 2018.02.20 오지석 12857
원전밀집도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원전사고에는 無기력 1 2018.02.21 이수안 12841
국민 개방형 37주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file 2017.05.18 황예슬 12839
LGBTQ, 아직도 차별받고 있다 file 2019.05.20 배연비 12829
국제우주정거장의 민영화 file 2019.07.15 이민재 12826
헌정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박근혜 탄핵! 1 file 2017.03.12 장인범 12803
전 세계 백신 접종자 1억 명 돌파. 대한민국은? file 2021.02.25 김진현 12801
미국 수능 SAT의 불편한 진실 file 2019.07.03 이민재 12800
전 세계가 패닉! 코로나는 어디서 왔는가? file 2020.03.02 차예원 12792
베네수엘라! 살인적인 물가 폭등 떠나는 국민들 file 2018.07.03 이소현 12783
Review 2008,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란? file 2018.11.19 이호찬 12774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와 번영" 두 정상 손 맞잡아 file 2018.04.27 디지털이슈팀 12774
전 세계, 한국을 뛰어넘다? file 2020.07.20 이다빈 12768
유승민 비대위원장 수용 의사 밝혀, 바른당 자강론으로 가닥 file 2017.09.27 조인성 12743
플레디스 유튜브 계정 통합. 팬들의 의견은? file 2019.01.03 김민서 12731
지구가 인간에게 날리는 마지막 경고인듯한 2020년, 해결방안은? file 2020.09.25 박경배 12724
골든글러브, 끊임없는 인기투표 논란 file 2018.01.08 김나림 12720
덴마크 법원, 정유라 구금 4주 연장...송환 장기화 2 file 2017.02.25 박지호 12711
국민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진실을 밝히고 미래를 열겠다” file 2017.04.09 황예슬 12685
촛불의 시발점, 광화문 3.1운동 100주년 기념 file 2019.03.11 장민주 12674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 ... 공포심이 빚은 대한민국의 탈원전 정책 10 2017.09.29 정유진 12671
오스만의 파리 도시계획, 여의도에서 재현되나? -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마스터플랜 file 2018.07.25 신유진 12657
‘공관병 갑질 논란’ 박찬주 대장 검찰수사 입건, 남편이 장군이면 부인도 장군인가 1 file 2017.08.10 김진선 12644
타타대우 상용차 등 다수의 기업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1 file 2017.11.21 양원진 12642
광명고등학교 학생 10명 중 7명, "소년법 개정 필요하다" 2 file 2019.01.14 류주희 12641
청소년 보호법 폐지, 그리고 청소년 3 file 2017.09.25 이다은 12637
끊이지 않는 몰래카메라의 공포 2 file 2018.06.11 마하경 12614
자극적으로 변하는 상표들, 과연 건강한 언어문화일까? 3 file 2019.04.10 김지현 126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56 Next
/ 56
new_side_09.png
new_side_10.png
new_side_1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