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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의를 위한 호통, 천종호 판사님을 만나다

by 9기김하연기자 posted Dec 07, 2018 Views 1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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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9기 김하연기자]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판사님을 만날 기회가 생겨 인터뷰를 요청하였고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9월 29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부산에서 법학과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함께 천종호 판사님과 인터뷰를 하였다.

 

판사님이 생각하는 법이란 어떤 것인가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정의 실현, 인권보호는 법의 목적이다. 법이라는 것은 관계의 준칙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예시로 들어서, 혼자 살 때는 본인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지만 나중에는 흑인 친구 ‘프라이데이’가 오게 된다. 혼자 살 때보다 여러 갈등 상황이나 문제들이 생겼고 이를 조정하기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 그래서 법이란 두 사람 이상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규칙 그래서 관계의 준칙이라고 생각한다. 법의 목적은 다양하나 법의 뜻이라면 관계의 준칙이라고 생각한다.

 

판사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셨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판사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경험은 거의 없다. 민사소송을 생각해보면 당사자와 원피고가 있는데 한 사람은 반드시 이기고 한 사람은 반드시 지게 된다. 그래서 보통의 판사님들은 자주 또는 많이는 못 느낀다. 나는 그래도 소년 청소년 제도를 만든 점이 보람차다고 생각한다. 이건 판사로서의 역할보다는 복지사업가에 가까운 것 같은데….

 

판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거짓말을 가려내는 것이 가장 힘들다.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쓸 텐데 거짓말도 그렇다. 하다 보면 말의 모순으로 알아낼 수도 있지만 너무 담담하게 증언을 잘하면 가려낼 방법이 없다.

 

학교에서 무엇을 위해서 어떠한 법 교육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법은 앞서 말했듯이 관계의 준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법 교육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 중에는 계속해서 꼴찌를 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왜 그 아이가 꼴찌를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 아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화도 해 봐야 하고. 법 교육 이전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금 법 교육엔 그런 것이 없다. 정의 실현을 위해 어떤 성품을 가져야 할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른 판사님들에 비해서 소년법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판 사례로, 여중생이 사는 집에 방이 두 개가 있는 가정이 있다. 한 방은 할아버지가 쓰고 한 방은 오빠하고 아빠가 쓴다. 중학교에 들어와서 내방은..? 가출을 하게 되고 숙식비를 마련할 수 없어서 결국 성매매까지 하게 되었고 내 법정에 섰다. 초범인데 소년원을 보낼 수는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가 해줘야 한다. OECD 선진국은 이런 복지제도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서 대안가정을 만들어 왔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정책이 너무 후진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위상에 안 맞다.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제도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무엇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배려냐’에서 시작된 관심인 것 같다.


소년소녀 재판을 처음 하실 때는 컵라면 재판이라고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여러 매체를 통해 재판에 관해 다루고 책도 출간하시는 등 활동을 하면서 개선된 점이 있다면?

2012년에는 전국에 12만 건으로 많은 편의 재판을 했고, 2015년에는 7만 5천 건으로 줄었다. 그런 덕에 '3분 컵라면 재판'은 조금 사라진 것 같다. 그래도 하루 6시간 재판을 하는데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60 재판을 하고, 하루에 200명 넘게 재판한 적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6시간인데 200명을 다루면... 하여튼 조금씩 좋은 방법으로 가고 있어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재판장이 50개지만 우리는 가정법원이 7개 있다. 적어도 17개에서 20개는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 사건의 5분의 1이냐? 훨씬 많거든.

 

용인 캣 맘 사건의 경우 '부모에게라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또는 '초등학생이라면 기본적인 사리분별은 할 수 있다.' 등의 의견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요?

부모에게는 피해 보상으로 민사책임은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형사책임까지 물어야 할까? 자기책임 원칙에 반한다. 책임은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 ‘그 아이들이 사리분별을 잘 할 수 있다’가 가장 큰 어려움인데 사리분별을 잘한다 하면 어른과 같이 처벌을 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선거권을 줄 수 있을까? 미성년자 근로기준법, 술 담배 제한 연령 등을 함께 낮춰야 한다. 심리학적으로 어른과 동등할 수 있으나, 법적으로는 다르다. 아동의 선을 그어 놓는 것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정도 나이의 아이들은 보호를 해 줘야 한다는 말이다.

 

재정적 지원 외에 국민들이 비행청소년들에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청소년 회복 지원 시설이 전국적으로 부산에 곧 2개 더 생기고, 지금은 8개다. 울산에 하나, 대구에 하나 대전, 충남에 4개, 광주 하나, 제주도 하나, 수도권 지역에 예산 지원이 되면 생길 것인데 전국적으로 많아져서 아이들이 혜택을 봤으면 좋겠다. 검정고시 공부를 도와주는 봉사나 후원 봉사도 있고 각자의 여건에 맞게 봉사해 주시면 될 듯합니다.

 

학생들이 소년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희망하시는 점이 있으시다면?

주변에 이해하기 어려운 친구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아이들을 위해 왜 저 아이가 저렇게 행동하지 깊은 이해를 해 주는 게 학교 내에서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요, 공동체 사회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어요.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폭력 강의 가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인데 '어떻게 하면 피해자가 안 될 수 있을까요', '요즘 애들 무섭다.'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모든 분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역으로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한테 해를 끼치지 않는, 상대방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명품 아이로 만들 생각은 왜 못하시냐고 모든 아이가 제대로 생활을 한다면 걱정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인데 거꾸로 생각해 달라는 거죠. 그런 출발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이번 인터뷰로 정의와 법에 관한 천종호 판사님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같이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될수록, 판사님의 말씀을 생각해 봐야 한다. 관계의 준칙이라는 법 속에서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는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을 희망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9기 김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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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기최민경기자 2019.02.23 13:57
    기사 잘 읽고 갑니다~
    청소년들이라면 한 번씩은 다 들어본 적이 있을법한 천종호 판사님!
    기자님의 취재력에 놀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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