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urity_login_new.png
cs_new_10.pngside_bottom_02.png
시사포커스

청소년도 쉽게 보는 심리학: ③죄수의 딜레마

by 11기하예원기자 posted Apr 01, 2019 Views 1343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아침 등교 시간을 떠올려보자. 직장으로 출근하려는 차량들과 학교로 등교하려는 학생들을 실은 차량 등등이 분주하게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이때, 조금 더 빨리 가려는 차량들로 인해 전체 도로 상황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 많은 차량들이 빨리 가기 위해 신호를 위반하려 한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내가 차량에 탄 탑승자라고 가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내가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첫 번째 경우에는 가장 먼저 의문이 들 것이다. 길이 막힐 이유가 전혀 없는데 끼어드는 몇몇 차량들로 인해 도로가 마비되는 것을 본다면, 모두가 차례를 지켜 이동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두 번째 경우에 처해있다면, 그때부터 머릿속은 바빠질 것이다. 나도 이 행렬에 동참하여 내 이득만을 우선시해야 할지, 혹은 마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먼저 질서를 지켜 움직여야 할지. 쉽사리 선택을 내릴 수 없다. 그 이유는 다른 운전자들이 나와 협력할지, 또 이 결정이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협력해야 하는 과정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왜 항상 머릿속이 바빠지는 걸까?


이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죄수의 딜레마란, 두 사람의 협력적인 선택이 둘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죄수의 딜레마 또는 수인()의 딜레마는 1950년 미국 국방성 소속 RAN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소의 경제학자 메릴 플로드와 멜빈 드레셔(Flood & Dresher, 1950)의 연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사람들의 협력과 갈등에 관한 게임 이론과 관련된 연구와 실험들을 진행했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에서 서로를 믿지 못해 협력하지 않는 현상을 설명했다.

이후 1992년에 프린스턴 대학교의 수학자 앨버트 터커(Albert W. Tucker)가 게임 이론을 설명하는 강연에서 유죄 인정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두 죄수의 상황에 적용하면서 이후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터커가 말한 상황은 아래와 같다.


두 명의 범죄 조직원이 체포되어 왔다. 이 범죄자들은 각각 독방에 수감되었다. 경찰로서는 두 명의 공범을 기소하기 위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은 이들에게서 자백을 받아 범죄를 입증할 계획을 세우고 각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신문을 한다. 이때 경찰은 두 공범에게 동일한 제안을 한다. 다른 한 명의 공범에 대해 자백을 하면 자백한 그 사람은 석방하는 반면, 다른 공범은 징역 3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편 공범이 자백을 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즉, 누구든 자백을 하면 자백을 한 그 사람은 석방되지만, 상대편 공범은 3년의 징역을 받는다. 그러나 두 공범이 모두 자백을 하면 각각 징역 2년을 받으며, 둘 다 자백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각각 징역 6개월을 받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 둘 완성.jpg

                                                         ▲경우의 수를 표로 정리함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9기 하예원기자]


이것은 매우 고전적인 형태의 사례이다. 만약 자신이 이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나'를 배신하지 않고 또한 자백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상대편 공범도 '나'를 믿고 동일한 선택을 한다면 서로에게 최선인 결과(즉, 징역 6개월)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믿지 못하면 상대방이 자백을 해서 '나' 혼자만 구형을 받는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울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를 배신하는 자백을 하게 되고 두 사람 모두 징역 2년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여 서로가 아닌 ‘자신’에게 최선인 선택을 한다. 그래서 서로를 배신하지 않고 협조했을 때의 결과보다 나쁜 결과를 맞게 된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찾아오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 대처해야 할까?

죄수의 딜레마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딜레마 상황으로 그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이와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무엇일까? 정치 과학자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는 1984년에 출판한 저서 『협력의 진화(The Evolution of Cooperation)』에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 무수히 반복될 때 어떠한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지 기술하고 있다. 액설로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부터 적대적인 선택을 하는 것 또는 상대방의 배반과 같은 선택을 용서하는 전략,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선택하는 전략, 상대방을 위한 이타적인 전략 등의 다양한 전략을 포함하여 죄수의 딜레마를 시행했다. 이러한 반복적인 시행 끝에 가장 효과적인(가장 많은 이득이나 점수를 획득한) 전략은 단순한 ‘팃포탯(tit-for-tat)’ 전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우리말로 쉽게 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즉, 이전에 상대방이 했던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배반을 한다면 자신도 배반을 하고, 상대방이 협동을 선택하면 나 또한 상대방을 따라 협력을 선택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다. 팃포탯 전략에도 중요한 점이 있다.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첫 번째’ 선택에서 협동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액설로드는 그 밖의 효과적인 전략으로, 상대방이 배신하기 전까지 나 역시 상대방을 배반하지 않는 전략, 상대방이 설령 자신을 배반하는 선택을 한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배반하는 것이 아니라면 상대방의 ‘실수’를 용서해 주는 전략 등을 제시한다.


실생활에도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자주 등장한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이때 자기가 주문한 음식의 값을 각자 내기로 할 수도 있고, “다같이 먹으니까 1/n로 계산하자”는 제안에 따라 돈을 똑같이 나누어 낼 수도 있다. 글랜스와 허버만(Glance & Huberman, 1994)은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를 ‘뻔뻔한 저녁식사의 딜레마(unscrupulous diner’s dilemma)’ 또는 ‘저녁 식사의 딜레마(diner’s dilemma)’라고 불렀다. 이것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와 같다. 여럿이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 값을 똑같이 나누어 치르기로 했다면, 옆의 친구는 비싼 스테이크를 주문하는데 나는 샐러드를 주문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상대적으로 값비싼 메뉴를 주문하고 그 결과 혼자 밥을 먹을 때보다 더 비싼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딜레마 상황에 빠져 결국 모든 참가자가 손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교육 같은 사회적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옆집, 뒷집, 앞집 아이들이 모두 학원을 다니거나 사교육을 받을 때 우리 집 아이만 안 받을 수 없어 사교육을 시키고, 그 결과 사교육 과열 현상으로 인한 폐해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상대방의 선택에 응수하기 위해 선택한 자신의 선택을, 상대방이 다른 전략을 사용하거나 다른 선택을 하기 전에 자신도 변경할 필요가 내쉬균형을 이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 최선인 내쉬균형을 이루려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으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배반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질 때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듯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불쑥 찾아오더라도 대처하는 방법은 분명 있다. 로버트 액설로드가 제시한 팃포탯 전략이 무조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는 상대방과의 신뢰 관계, 처한 상황 등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러기에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여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동시에 후회가 남지 않는 깔끔한 결정일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9기 하예원기자




Copyright ⓒ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www.youthpress.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ltw_kyp_adbanner5.png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이름 조회 수
[기자수첩] 일본 애니에 밀린 한국영화...한국영화가 몰락하는 이유 file 2023.04.11 나윤아 221625
[PICK] 'SRT 전라선 투입'... 철도노조 반발 파업 file 2021.11.22 김명현 390880
[단독] 시민단체가 국회 명칭 도용해 ‘청소년 국회’ 운영..‘대한민국청소년의회’ 주의 필요 file 2018.05.31 디지털이슈팀 605250
'강제징용' 일본의 뻔뻔한 태도 2020.06.10 조은우 7606
대한민국 정부 핀란드에 방역 노하우 전하다 file 2020.04.27 신동민 7608
더불어민주당, 또다시 법안 단독 표결 나서나… 17일 문체위 전체회의 개최 예고 file 2021.08.17 김은수 7610
이태원 클럽 코로나, 언론인이 맞닥뜨릴 딜레마 2020.05.14 오유민 7614
예방인가? 위협인가? file 2020.10.27 길현희 7614
대낮에 주황빛 하늘? 미 서부를 강타한 최악의 산불 file 2020.09.28 김시온 7616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노력' file 2020.05.26 박아연 7619
2021년 '중국' 수입제품 세율 변화 file 2021.03.02 김범준 7619
"정인아 미안해..." 뒤에 숨겨진 죽음으로만 바뀌는 사회 1 file 2021.01.27 노혁진 7629
테트라팩에 대해 알아보자 file 2020.08.20 김광영 7633
코로나19, 2차 대유행 시작 2020.08.28 김민지 7638
코로나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한 대응 file 2020.06.29 임지안 7639
KFX 인니 '손절'? file 2021.03.02 정승윤 7642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 총장 file 2021.11.08 송운학 7642
전국에 내려진 폭염경보, 건강관리는 어떻게? 2020.08.24 윤소연 7648
문 대통령 "백신 접종 염려 사실 아니니 국민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1 file 2021.01.11 백효정 7671
한국인은 잠재적 확진자? 늘어나는 한국인 입국 금지 국가 file 2020.03.02 김예정 7673
논란의 중심 배달의민족 file 2020.04.27 박채니 7683
진선미 의원표 성평등정책, 해외서도 통했다..'미 국무부 IVLP 80인 선정' 화제 file 2020.12.21 디지털이슈팀 7684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승자는? file 2021.06.07 김민석 7686
美 폼페이오 방북 취소, 어떻게 봐야 할까 file 2018.09.03 이윤창 7687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유튜버 file 2020.12.29 윤지영 7688
영국의 조기 총선 file 2019.12.23 홍래원 7689
“Return to MAX” 2021.01.22 이혁재 7691
혼란스러운 부동산 문제, 부동산 특위의 해결방안은? file 2021.05.25 백정훈 7691
백신 안전성...결정의 기로에 놓인 프랑스 국민들 file 2021.01.26 정은주 7703
코로나 이후 떠오르는 '언택트' 산업 2020.06.01 신지홍 7716
코로나-19 사태 발발 4달, 지금은? 2020.04.08 홍승우 7719
전세계의 마트와 가게 텅텅...우리나라는? 1 file 2020.05.04 허예지 7736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밍크에서 발견 1 file 2020.11.23 오경언 7742
내년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그 함의는 무엇인가? file 2020.10.22 정지후 7752
방역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코로나 환자 급증 file 2020.08.25 오준석 7761
한중정상회담의 개최, 향후 전망은? file 2019.12.24 신주한 7762
이별 후 과도한 집착과 가스라이팅... 이제는 형사처벌까지? file 2022.02.25 김명현 7763
청주 서원구 미래통합당 최현호 후보 연이은 아쉬운패배 file 2020.04.28 한재원 7776
투표하는 고3, 무엇이 필요한가?: 범람하는 가짜 뉴스의 인포데믹과 청소년 시민 교육의 필요성 file 2020.03.30 황누리 7788
“헬기에서 총 쐈지만 전두환은 집행유예?” 비디오머그 오해 유발 게시물 제목 1 file 2020.12.07 박지훈 7792
평등하고 자유로운 나라 미국의 인종차별 file 2020.06.02 임상현 7793
트럼프의 대선 연기 주장, 반응은 싸늘? file 2020.09.22 임재한 7805
민식이법 시행, 달라지는 것은? file 2020.04.03 한규원 7818
학생들이 지금 ‘공허한 메아리’를 듣고 있다고? file 2020.05.27 최유진 7823
코로나19 나흘째 확진자 200명 대, 좀처럼 끝나지 않는 줄다리기 file 2020.11.18 이준형 7836
75주년 광복절 & 태평양 전쟁 패전 75주년 1 file 2020.08.27 차예원 7837
공급망 병목현상에 이어 전력난, 요소수 부족까지… 국내기업 “긴장” file 2021.11.10 윤초원 7837
한나라의 대통령이...비난받는 브라질 대통령 1 2020.04.17 조은우 7838
설탕세 도입 갑론을박 "달콤함에도 돈을 내야 하나","건강 증진을 생각하면.." file 2021.03.25 김현진 7846
전두환, 노태우 동상 철거, 그 이유는? file 2020.06.24 이가빈 7853
5·18민주화운동과 희생자를 기리며 file 2019.05.29 박고은 78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6 Next
/ 56
new_side_09.png
new_side_10.png
new_side_1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