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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이프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당신에게 질문하다

by 김하은대학생기자B posted Mar 22, 2023 Views 29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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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바나나를 덕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코미디언' 작품으로 유명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회가 한국에서도 열렸다.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 전시회의 규모는 역대 두 번째로, 총 38점의 카텔란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카텔란은 이탈리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잡일을 하며 20대 후반까지 미술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이랬던 그가 어떻게 전세계를 돌며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예술가가 될 수 있었을까? 카텔란의 전시에서, 그 이유를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보자마자 시선을 속박시키는 듯한 말의 조각. 머리가 벽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듯한 자세 같기도,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찰나를 담아둔 모습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머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엔 어땠을까? 종종 사람들은 동물의 머리만을 박제해 액자에 걸어두곤 한다. 이를 ‘헌팅트로피'라고 부르는데, 아마 이번 전시에서도 말의 머리만이 진열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별 감흥 없이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보이는 부분을 다르게 하자,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고 눈길을 모으게 했다. 카텔란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헌팅트로피 속 동물들의 ‘나머지'도, 저런 모습이었을까? 벽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말의 표정을 괜히 상상해보게 된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아래서부터 차례대로 당나귀, 개, 고양이, 까마귀가 한 곳을 응시하며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이 동물들은 ‘브레멘 음악대’에 등장한다. 다른 점은 '브레멘 음악대'에서는 까마귀 대신 닭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동화는 늙고 병든 자신을 처리하려는 주인을 피해 모험을 떠난 당나귀가, 자신과 뜻이 맞는 동물 친구들과 함께 음악의 꿈을 키워 브레멘으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동화 속에서 튀어나와 눈앞에 있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현실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연 그들은 모두가 무사히 지낼 수 있었을까? 수명도, 습성도, 특징도 모두 다른 이들이 과연 서로를 의지하며 산다는 것이 가능했을까? 자신을 지킬 날카로운 이빨도, 맹수같은 힘도 없는 이들이 과연 인간들에게서 영원히 무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천적을 마주 대고 우는 듯한 고양이의 표정이, ‘해피엔딩’이라는 글자만으로는 포장할 수 없는 수많은 삶의 고통을 구체화하는 것 같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하은 대학생기자B


‘방 안의 코끼리'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를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는 현상으로 비유한 말이다.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코끼리는 거대하다. 모두가 코끼리를 보고 지나가지만, 그리고 누구나 저 코끼리를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을 지킨다.


카텔란은 정말 새끼 코끼리를 형상화하여 방 안에 배치했다. 코끼리가 쓰고 있는 흰 천은 그저 핼러윈 의상처럼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더 예리한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일명 ‘KKK’)의 의복과 상당히 닮았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방 안의 코끼리’는 무엇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는 침묵을 양분 삼아 우리 모두가 밟고 있는 땅을 천천히 잠식시킨다. 그 침묵을 깨고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라고 외치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카텔란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소리 없이 외친 것이 아닐까. 


이렇듯 카텔란의 작품은 보는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리고 1차적인 충격의 여파를 남기고, 그 후에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인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작품의 섬세한 묘사도 이목이 쏠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커다란 작품들과 함께, 자세히 살펴 보아야 알 수 있는 자그마한 작품들도 관람의 재미에 가담한다. 


카텔란은 자신을 '예술계의 침입자'라고 규정한다. 그는 정해진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간에 충격을 준다. 작품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앞에 선 관람객은 작품 뒤에 숨은 카텔란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말을 하지 않고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 이것이 카텔란이 세계적인 예술가가 된 이유가 아닐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6기 대학생기자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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