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가 되어버린 우리들의 위인
-청소년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패륜행위, 그리고 당연히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욕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부모님께 욕을 한다? 더욱 상상하기 힘들 것이고, 믿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욕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터넷상, 심지어는 현실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부모님이나 조상과 같은 윗사람을 욕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아 놀릴 때 쓰는 말을 우리는 소위 ‘패드립(패륜적 애드리브의 준말)’이라고 한다. 패드립은 청소년들의 실제 언어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으며, 과거 친구들과 몰래 부모를 험담하던 수준을 넘어섰다. 더군다나 이제는 본인이 패드립을 했는지 안 했는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한다. 이러한 패드립의 문제점 중 심각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법적대응이다.
온라인 게임, SNS 등에서 장난으로 한 패드립은 한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고, 그 상처는 법적인 대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자세하게 들어가 보면 패드립으로 인한 죄는 모욕죄에 해당하고, 모욕죄의 성립조건에는 ‘특정인 지칭여부’와 ‘공연성’(나와 상대방이 아닌 제삼자가 인식함)이 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성립되고 충분한 증거만 있다면 피해자는 진술서를 작성하여 경찰서에 신고가 가능하다. 실제로 청소년이 즐겨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패드립이 채팅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이러한 신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사용자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는 본인들의 잘못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패드립을 하는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장난으로 여기거나, 이에 대한 별다른 죄책감이나 거리낌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패드립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사람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패드립을 한다는 문제를 넘어서 친구와의 사이 등 여러 면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태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아마 SNS의 발달과 LOL(League Of Legend)이라는 게임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한번 퍼진 용어는 다시 회수하기 어렵고, 그 용어는 몇 달, 몇 년 이상 사용된다. 또한 SNS와 게임에서 유저와의 채팅이 활성화되면서 사이버상에서의 청소년들의 대화는 대폭 상승하였고 그로 인해 가족들 간의 대화가 감소하게 되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스마트폰 사용자 실태 등 질적 인터넷 이용수준 조사, 정보화역기능예방 정책 수립 및 평가 등의 목적으로 ‘나는 실제 생활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SNS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훨씬 편하다(2011)’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인원 중 인터넷 중독 위험군에 포함되어 있는 24명은 실제로 SNS로 만난 사람들이 더 편하다고 답해주었다. (고위험 사용자-그렇다, 매우 그렇다-65.3%, 잠재적 위험 사용자-그렇다, 매우 그렇다-51.8%) 추세가 이렇게 되다보니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의 친밀도가 과거보다 떨어지는 가정이 생겨나고, 온라인상에서 사회화를 하는 가정이 생겨났다. 이러한 근거들을 보면 SNS와 게임이 우리 사회 패드립 문제의 적절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김영인기자]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김영인기자]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이 기사에 담지 못하는 여러 패드립이 우리 청소년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의 부모님 성함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 성함을 특급비밀처럼 여기듯 암호화하고 있다. 물론 부모님 성함을 숨기는 학생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의 이름을 알아내어 놀리는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패륜적인 행동에 대한 반감과 이 패륜행위가 대중화된 이 상황을 고쳐 나아가는 데 힘써야 한다. 우선 직접 패드립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남들에게 이 문제점을 알리는 것, 그리고 그 이상의 노력을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층에서 직접 만든 사태이므로 사태에 대한 해결은 청소년 선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5기 김영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