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창원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소방차가 출동했습니다. 주차 중인 차 속에 고양이가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소방관 세 명이 차량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하였고 신고차량은 운행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금방 차가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고 가까운 카센터에서 재확인한 결과, 새끼 두 마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끝이 났다면 하나의 미담이 되었겠지만,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뉴스에서 보았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보호하려는 사람들과 보호하는 행위가 못마땅하고 불편하다는 사람들과의 갈등이 기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발생하였고, 기자는 갈등이 진행되는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2기 이설현 기자, 5월 21일 임시 보호중인 길고양이의 모습.]
3년 전 일본에서 이사 온 아주머니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동(일본 사회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심 생태환경을 가꾸는 자원봉사로 인정한다고 합니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주민들은 먹이를 주지 않았으면 했지만, 코로나 19 시절임과 더불어 남의 행동에 간섭하여 문제를 만드는 것도 부담스러운 분위기 때문인지 적극적인 제지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문제와 새끼들 처리 문제로 많은 민원이 발생하여 아파트 전체 주민들의 갈등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길고양이가 자신의 생활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은 먹이 주변으로 몰려든 길고양이들의 영역 싸움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발정기 때 '메이팅 콜 (구애의 울음 소리)' 는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모여드는 길고양이를 마주치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또한, 길고양이들의 배변과 먹이를 구하기 위해 쓰레기를 헤집으며 차량을 긁는 것도 추가 피해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길고양이 밥그릇을 치워 달라’ '새끼들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는 것입니다.
반면에 아주머니를 포함한 먹이를 주는 주민은 길고양이도 살아있는 생명이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므로 매일 깨끗한 물과 먹이를 주었고,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며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내 돈과 내 시간을 써가면서 고양이들을 살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아파트 등 공동 주택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니 먹이 주는 행위를 제제할 수 없고, 먹이 주기 금지가 오히려 자신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싫어하는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주기 싫어서 구청과 동물 보호 센터에 도움을 요청도 했었다고 합니다.
길고양이를 신고한 후 10일이 지나서도 새로운 주인을 찾지 않으면 대부분 안락사를 시킨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신고가 꺼려진다고 합니다. 민간 보호 단체들도 포화 상태인 곳이 대부분이고 경제적인 이유와 인력 부족으로 모든 길고양이의 구조가 진행될 수 없다고 합니다. 특히, 구청의 답변에 기자가 당황스러웠던 것은 새끼에게 분유를 먹일 사람이 없으니, 분유를 떼고 나서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지자체들의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대처를 기대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아주머니는 소란이 지속되자 길고양이 어미를 포획하기 위해 포획 틀을 설치하였으나 5일 만에 어미가 아닌 수컷 2마리를 잡았습니다. 포획한 수컷도 풀어줄 수 없어서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고 합니다. 현재 다섯 마리의 새끼는 아주머니가 키우고 있습니다. 예방 접종도 하고 직접 분유를 먹인다고 합니다. 걸음마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섯 마리를 키우는 경제적인 비용과 함께 보내는 시간문제로 계속 집에서 돌볼 수 없어 입양할 사람들을 알아본다고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22기 이설현 기자, 5월 3일 차에서 구조한 길고양이 새끼들.]
길이 집인 길고양이를 끝까지 돌보겠다는 결심이 없다면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만약 외면할 수 없다면 중성화와 청결한 관리를 해 주어야 합니다.길 고양이가 내 주변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인접 지역의 다른 고양이들이 들어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남이 싫어하는 것은 엄연하게 다른 문제입니다. 서로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거나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누가 나에게 고양이를 싫어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고 휴머니즘을 가진 것처럼 말할 수 없습니다. 서로에게 일방적인 입장을 강조하거나 요구해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겐 사랑스럽지만, 누군가에겐 불편한 존재인 길고양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며 길고양이와 친하지 않은 이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재 진행형인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뿐만 아니라, 어떤 방지 대책이 효과적인지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22기 이설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