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학교의 졸업식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채은기자]
칠곡 동명 중·고등학교(이하 본교)는 지난 14일, 제31회 졸업식을 거행하였다. 중학교 졸업생 18명, 고등학교 졸업생 25명과 교내 선생님들, 학부모님들, 지역 주민들을 비롯한 여러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졸업식은 진행되었다.
졸업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단에서 3년 전 묻은 타임캡슐을 꺼내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채선규 교감선생님, 이지연 선생님, 장명희 선생님, 황희정 선생님, 김현진 졸업생, 김대곤 교장선생님, 최성수 졸업생, 김무한 졸업생이다. [이미지 제공=동명고등학교 방송부]
타임캡슐 개봉식은 본교가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행사로, 입학식 때 작성한 '나의 비전 선언문'을 타임캡슐에 보관하였다가 3년이 지난 졸업식 때 펼쳐보는 행사이다. 나의 비전 선언문은 미래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적는 자성예언과 자신의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목표를 적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졸업생들이 받은 3년 전 나의 비전 선언문을 펼쳐보고 있다. 비록 3년간 땅 속에서 세월의 녹이 슬어버린 꿈이지만, 그것을 펼쳐보는 졸업생들의 눈은 그 어떤 때보다 빛났다. [이미지 제공=동명고등학교 방송부]
이어, 졸업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비전 선언문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는 3년 전 자신이 세웠던 목표를 달성한 졸업생도, 중간에 목표가 수정되어 다른 진로를 택한 졸업생도 있었다. 특히 이권수 졸업생은 자신의 비전 선언문을 읽고 난 후 후배들에게 인생을 '롤(리그 오브 레전드)'이라는 인기 게임에 비유하며 인생의 목표와 전략에 대해 말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롤이라는 게임에서, 적의 넥서스를 파괴하기 위해 우리들은 상대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사야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상대보다 더 비싼 아이템을 산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아이템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가면서 한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도 좋지만 고등학생 시기에는 하고 싶은 일이 많으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자신에게 가능성의 문을 열어둔 거니까요. 자신의 꿈이 너무 많이 바뀐다고 난 왜 한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보다 난 이렇게 많은 일을 할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졸업생이 자신의 3년 전 비전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지 제공=동명고등학교 방송부]
교내 선생님들과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동명고등학교 방송부]
그렇게 추억의 타임캡슐 개봉식을 마친 다음 날인 14일, 오전 10시에 본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졸업식은 졸업식 축하 연주, 재학생들이 제작한 영상 등을 상영하는 '1부 : 축하의 장,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와, 졸업장 수여, 덕담, 축사, 졸업가 제창 등의 프로그램을 담은 '2부 : 석별의 장, 새로운 출발을 축하합니다!'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본교 오케스트라 반 '레온제나 오케스트라'가 'you raise me up'을 연주하고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채은기자]
본교의 '레온제나 오케스트라' 외에도 중학교 졸업생 2명과 재학생의 플루트,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합주 무대가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연습한 실력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깔끔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재학생들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선생님들의 응원 영상이 상영되었는데, 졸업을 축하하면서도 앞날을 응원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영상이었다.
'2부 : 석별의 장'에서는 개식사, 국민의례, 학사보고와 같은 다소 형식적인 단계를 거쳐 졸업장을 수여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중학교 졸업생, 고등학교 졸업생 전원이 졸업장을 받으며 선생님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란색 가운은 중학교 졸업생, 파란색 가운은 고등학교 졸업생이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채은기자]
한 졸업생이 담임선생님과 포옹하고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채은기자]
훈훈했던 졸업장 수여가 끝나고, 졸업생들에게 상장과 장학금을 수여했다. 국회의원상, 칠곡군수상을 비롯한 14개의 상을 중·고 졸업생 22명이 받게 되었다. 또한 이번 장학금의 총액은 1090여만 원으로, 이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 졸업생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팔공 장학회, 동명 초·중·고 동창회, 대경신협장학회, 동명 남·여 의용소방대를 비롯한 지역단체 16곳과 본교 사도장학회 등 17개의 단체에서 기금이 모였다.
각 단체의 대표자들이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채은기자]
이어 김대곤 본교 교장선생님, 김세균 학교 운영위원장님, 이철희 동명 면장님의 덕담이 이어졌다.
김세균 학교 운영위원장.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채은기자]
본교 김대곤 교장은 "졸업생 여러분, 큰 꿈을 가집시다. 꿈은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자신의 무한한 노력을 담는 그릇이며, 열매를 맺게 하는 자양분입니다. 땀을 흘리지 않는 꿈은 절대 실현되지 않습니다"라고 하며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김세균 학교 운영위원장은 "여러분의 인생이 봉사하며 정의롭고, 바르고 곧은 길의 여정이 되시길 바랍니다."라며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덕담을 남겼다. 또한 졸업생들에게,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도록 하였는데, 이로 인해 졸업생들은 다시 한 번 주위 어른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시간이 되었다.
졸업생들이 선생님들,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있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채은기자]
마지막으로 축사를 남긴 이철희 동명 면장은 "꿈이 있는 사람에게는 시련은 성공을 향한 과정이며, 역경은 소망을 실현하는 단계입니다. 자신이 세운 삶의 목표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가지십시오. 지금은 비록 미약하나 그 믿음의 끝은 창대한 결과를 가져옵니다."라며 졸업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을 했다. 저마다의 꿈을 안고 있는 졸업생들에게 큰 힘이 될 말들이었다.
이번 졸업식은 특히 의미가 깊다. 우선 본교 김대곤 교장선생님의 교감 재직 기간을 포함한 본교 재직 기간인 8년의 마무리를 하는 해라는 점에서 그렇다. 8년의 시간 동안 동명고등학교가 많은 변화를 거듭한 데는 본교 김대곤 교장선생님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생의 경우, 25명의 졸업생 중 단 5명을 제외하면 모두 동명중학교 출신이다. 6년 동안 정든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졸업식을 맞아, 2016년 9월 1일 자로 본교에 부임하신 채선규 교감선생님과, 고등학교 졸업생·재학생 대표를 만나보았다.
본교 채선규 교감선생님.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채은기자]
Q1. 교감선생님께서 동명중·고등학교에 부임하신 후 처음으로 맞으시는 졸업식입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그 동안 어떠셨나요?
A.교사와 학생이 맺는 맨투맨 관계 같은 부분에서, 학생들이 인원이 적다 보니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다. 이상적인 학교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학생들이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부분이 정말 보기 좋고, 이런 오게 되어서 행복하다.
Q2. 동명중·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순간들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A. 지난번 *달빛산행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힘든 와중에도 호연지기를 기르고, 선생님과 제자가 함께 도와가며 등산하는 모습을 보며 기뻤다. '사제동행'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매 학기마다 한 번씩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저녁에 가산산성을 오르는 교내 프로그램이다.)
Q3. 졸업생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늘 감사하는 생활을 하는 졸업생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기를 바라고, 항상 응원하겠다.(웃음)
Q4. 재학생들께 남길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자존감'이라는 말이 있다. 객관적인 외모나 재산과 같은 조건이 좋아서가 아닌,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타인을 존귀하게 여기는 재학생들이 되었으면 한다.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면 타인도 귀하게 보인다. 자신이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 학생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어 박현우 졸업생 대표를 만나보았다.
Q1. 6년 동안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A. 후련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다.
Q2.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난타동아리 '두드림(Do-Dream)' 활동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후배들과 같이 연습도 하고, 무대도 즐기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구미에서 큰 규모로 올랐던 무대다.
Q3.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위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웃음)
Q4. 앞으로의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열심히 살겠다. (웃음)
Q1. 졸업식에 재학생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선배들의 졸업식을 지켜보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인연이 많았던 선배들인데,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슬프다.
Q2. 선배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사회에 나가서도 지금처럼 열심히 해주시고, 후배들 잊지 마시고, 저희에게 본보기가 되는 좋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셨으면 한다.
Q3.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고등학교 생활인데요, 이제 학교의 큰형님으로써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되고 싶으신가요?
A. 이 선배라면 본받을 수 있고, 믿을 수 있고, 언제든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졸업식이 끝난 후 기념사진 촬영과 뒷마무리로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세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지금까지 어느 시골학교의 따뜻한 졸업식 현장이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이채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