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urity_login_new.png
cs_new_10.pngside_bottom_02.png
시사포커스

기업의 물적분할, 이대로 괜찮은가?

by 류민성대학생기자 posted Jan 24, 2022 Views 877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이번 주 증권계에서 가장 핫했던 이슈는 역시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이루어졌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의 공모주 청약 대란이다. 청약 최종 경쟁률 69.3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블랙홀처럼 자금을 빨아들이며 청약 기간 동안 증시 주변 자금인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고가 43조가량 줄어들었으며, 청약 첫날 시중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1조 이상 늘어나기도 했었다. 은행이 운영하는 일부 MMF의 당일 출금 한도가 조기 소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앞서 이루어졌었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이미 1경 5203조 원이라는 역대 최고 금액을 달성한 바 있는 LG엔솔은 이번 공모주청약에서도 역대 최대치인 114조 1066억 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모았다. 공모주 한 종목에 100조 원을 초과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린 것 역시 최초로, 그야말로 한국 증시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LG엔솔의 흥행을 곱게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LG화학 주주들이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후, 곧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것이 바로 LG엔솔이다. 물적분할이란 모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별도의 신설회사로 설립하는 기업 분할 형태로, 이때 모회사가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을 100% 소유하고 지배권을 행사하게 되어 기존 모회사의 주주는 신설회사의 주식을 전혀 갖지 못한다. 따라서 물적분할로 인해 LG화학 주주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가치의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핵심 사업부에 대한 지분을 잃은 것이다. 그야말로 눈뜨고 코 베인 격이다.


슬라이드1.JPG

[이미지 제작=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류민성 대학생기자]


 그러므로 물적분할 발표 이후 LG화학의 주가 하락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2차전지 수혜주였던 LG화학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0만 원 부근의 주가를 기록하며 이른바 '황제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지만, 물적분할 계획 발표 이후 부진한 주가를 보여오며 지난달 말 60만 원 초반의 주가를 기록했다. 21일 기준 69만 원가량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물적분할로 인해 LG화학의 주가가 30~40% 정도 빠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공모가(30만 원) 기준 LG엔솔의 시가총액은 70조 2000억으로, 27일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기준 국내 3위가 된다. 더욱이 청약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을 보인다면 시가총액은 182조 5200억 원으로, 국내 2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이는 LG화학의 현재 시가총액 48조 9911억 원을 훨씬 웃도는 액수로, 모회사에서 떨어져 나간 자회사가 모회사보다 더 높게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LG화학의 주주들은 가슴이 쓰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물적분할 후 상장은 그동안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흔하게 이루어져 왔다. 앞서 살펴본 'LG화학 - LG엔솔' 뿐만 아니라, 'CJ E&M - 스튜디오드래곤', SK케미칼' -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 -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포스코, 세아베스틸, 만도, NHN, 한화솔루션 등 많은 기업들이 물적분할 계획을 우후죽순 쏟아내고 있다. 물적분할을 통해 해당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입장이다. 지배구조를 침해받지 않고 분할되는 사업에 무차입으로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은 기업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옵션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정 사업분야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해당 사업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물적분할의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앞서 LG화학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기존 모회사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훼손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해당 사업부를 보고 모회사에 투자한 경우도 있을 것인데 그 사업부가 따로 떨어져 나간 버린다면 주주입장에선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꼭 그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물적분할은 주로 유망 사업부에 대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사업부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 자체가 기존 모회사 주주들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울 수 없다. 결국 앞서 언급한 기업 운영상 물적분할이 갖는 장점은 기존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입는 손실을 희생으로 일구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물적분할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도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물적분할 후 상장은 사실 주식시장이 발달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기존 모회사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 때문에 금융감독기관의 허가를 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모기업의 소액주주들로부터 대규모 집단소송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기업분할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물적분할이 아니라 주로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 가는 방식의 인적분할 형태로 이루어지거나,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 등의 보상이 이루어진다. 물적분할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현재 한국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는 행태처럼 알짜배기 사업부를 떼어내거나 모회사와 분할된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국에서 그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도 반드시 그것을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한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물적분할 행태는 소액주주들의 권리와 이익을 해치고 있으므로 정책적으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치권에서 여야 대선후보들 모두 물적분할 후 상장과 관련하여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며, 금융당국, 한국거래소, 국회에서도 규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물적분할 후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주주들에게 물적분할 이전의 가격으로 자신의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거나, 혹은 기존 주주들이 분할된 기업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우선배정권, 신주인수권 등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ESG 경영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소액주주의 피해를 입히면서 기업 운영과 지배주주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도적인 측면을 떠나 기업 관점에서도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물적분할 후 상장을 지양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지난 21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언급했듯이, 위기 때마다 증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코스피 3000 돌파에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개인투자자이며, 그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해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들이 돌아서면 기업가치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경제부=5기 대학생기자 류민성]





Copyright ⓒ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www.youthpress.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ltw_kyp_adbanner5.png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이름 조회 수
[기자수첩] 일본 애니에 밀린 한국영화...한국영화가 몰락하는 이유 file 2023.04.11 나윤아 183349
[PICK] 'SRT 전라선 투입'... 철도노조 반발 파업 file 2021.11.22 김명현 352071
[단독] 시민단체가 국회 명칭 도용해 ‘청소년 국회’ 운영..‘대한민국청소년의회’ 주의 필요 file 2018.05.31 디지털이슈팀 565946
[기자수첩] 미국에서는 실패했지만...한국에서 성공한 영화 '엘리멘탈' 2023.08.09 정세윤 5611
[기자수첩] 미국인 존 시치씨가 서울 한복판서 러닝머신을 타는 이유 file 2023.07.26 김진원 4926
[기자수첩] AI, 인공지능이 규제되어야 하는 3가지 이유 file 2023.07.26 서예영 6000
애플페이, 교통카드 국내 도입 테스트 중...ios17부터 도입될까 file 2023.07.26 신지윤 6355
서울 종로구 구민들 "출퇴근, 등하교 시간 02번 버스 증차 촉구" file 2023.07.26 박서율 3474
[기자수첩] '노키즈존'은 혐오 표현...아동 차별에 반대한다 file 2023.07.21 김하은 5349
라면 가격 잡은 정부, 우유 가격도 잡을 수 있을까 file 2023.07.21 박상연 4053
제로 음료수의 시대, 설탕을 대신한 감미료들 file 2023.07.15 이주하 3966
[기자수첩] "시간 많이 썼는데"...고1 6월 모의고사 문제오류에 수험생들 당혹 file 2023.06.29 정현정 7025
[기자수첩] 공정위는 왜 통신3사에 과징금 336억원을 부과했을까 file 2023.06.29 김휘진 3804
[기자수첩] 의대 쏠림 현상, 의대 정원 늘려 해결해야 file 2023.06.24 이래경 6734
[기자수첩] 홍익대학교 길고양이의 죽음이 불러일으킨 불화 file 2023.06.24 김동연 4501
[포토] 대구 떡볶이 축제, 성황리에 개최됐지만...쓰레기로 몸살 file 2023.06.24 이다연 3452
[기자수첩] 죽음을 부른 검은 연기...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눈물 file 2023.06.13 김진원 4193
[기자수첩] 우리나라의 분리수거, 실천되고 있을까? 2023.06.13 이주하 4481
[기자수첩] 윤석열 정부 출범 1년...헌정 최초 출퇴근하는 대통령 file 2023.06.12 김온누리 3234
[기자수첩] 창원 모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길고양이 보호' 갈등 1 file 2023.05.24 이설현 3587
"자녀 2명 놔두고..." LG디스플레이 직원, 직장괴롭힘 때문에 자살했나 file 2023.05.21 디지털이슈팀 11877
경찰, 경희대 국제캠 총학생회 '업무상 배임 혐의' 내사 착수 file 2023.05.16 디지털이슈팀 5702
[기자수첩] 챗GPT, 금기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file 2023.05.16 김시은 4645
기아차, 미국서 비행청소년 범죄 놀이에 악용돼 file 2023.05.11 오다연 4207
[기자수첩] 플라스틱 해양 오염, 해답은 무엇일까 file 2023.05.11 이래경 5658
[기자수첩] 챗GPT에 높아지는 관심...직접 써보니 2 file 2023.05.06 이성재 4985
[기자수첩] 광주 중학생들 대낮에 금은방 털어...'촉법소년' 처벌 높여야 file 2023.05.06 김휘진 4868
[기자수첩] 부산 오피스텔 돌려차기 사건...가해자는 전과 18범이었다 file 2023.04.26 김진원 12228
[해외] 미 캘리포니아, 노숙인문제 해결 위해 민간단체가 노력 file 2023.04.26 이승주 4482
청년세대 10명 중 6명 "원하는 직장 찾을 때까지 취업 N수할 것" file 2023.04.19 디지털이슈팀 4733
[기자수첩] '검정 고무신' 작가의 죽음이 사회에 남긴 것 file 2023.04.12 김진원 5899
응원하는 구단이 이기면 이자 오른다...'신한은행 프로야구 적금' 눈길 file 2023.04.11 정해빈 3913
[기자수첩]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 2023.04.03 최민준 4679
S-OIL, 샤힌 프로젝트에 9조원 투자...2026년 6월 완공 file 2023.03.10 디지털이슈팀 4917
하이브, 이수만 지분 인수 완료...SM엔터 최대주주 됐다 file 2023.02.22 디지털이슈팀 4831
있지 류진, 튀르키예·시리아 성금 전달...“일상 복귀에 힘 되기를” file 2023.02.15 디지털이슈팀 5476
KT&G복지재단, 에너지 취약계층 후원한다..."사회문제 해결 동참" file 2023.02.07 디지털이슈팀 3716
한화, 루마니아 무기 현대화 사업 참여해 유럽 시장 확대 file 2023.02.07 디지털이슈팀 4117
삼성물산 "우수품종 토종식물, 래미안 단지에 활용 계획" file 2023.02.02 디지털이슈팀 382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무인기 엔진 핵심소재 국산화 시도 file 2023.01.31 디지털이슈팀 3904
신한은행, 금융권 최초의 ‘디지털 금고’ 시범 운영 file 2023.01.25 디지털이슈팀 4037
직능연 "마이스터고 졸업생, 수도권 쏠림 현상 강해져" file 2023.01.18 디지털이슈팀 4827
누림센터,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콘텐츠 제작 및 보급 file 2022.12.30 이지원 4508
송파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자해 행동 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마음돌봄 안내서 제작·배포 file 2022.12.29 이지원 5458
서대문 청소년기관, 2022년 청소년 2800명 대상 종합실태조사 발표 file 2022.12.23 이지원 5585
서울시립강북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10주년 기념 ‘온라인 캠페인 및 청소년 욕구도 조사’ 실시 file 2022.12.23 이지원 4389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시민교육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 개최 file 2022.12.23 이지원 4308
한국디스펜서리 주관 ‘2022 식약용 대마 분석·보안 컨퍼런스’ 12월 23일 개최 file 2022.12.16 이지원 4647
무업기간의 안정망 ‘니트생활자’ 니트컨퍼런스 개최 file 2022.12.14 이지원 4148
서울연구원, '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국토계획법 및 서울 도시계획' 주제로 세미나 개최 file 2022.12.14 이지원 46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6 Next
/ 56
new_side_09.png
new_side_10.png
new_side_1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