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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찰차벽을 꽃벽으로’ … 꽃벽 프로젝트 기획자 이강훈 작가를 만나다.

by 4기허선아기자 posted Mar 19, 2017 Views 8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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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수사가 10일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인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약 4달간 전국의 시민들은 20차에 걸쳐 비폭력 평화시위인 촛불집회를 하며 대통령의 탄핵과 진실규명을 외쳤다. 여기에는 이 집회의 핵심장소라 할 수 있는 광화문 일대부터 청와대까지 둘러싼 통제를 위한 경찰차벽도 있었다. 어느 순간 이 경찰차벽에 꽃 스티커를 붙이는 시민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집회가 끝난 후엔 다시 스티커를 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강훈 작가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미술가입니다. 페인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 미술기획자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글도 쓰고 있는데 이 모든 활동들을 묶어서 미술가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Q. 예술을 하시면서 추구하는 점이나 신념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A. 제가 추구하는 것은 재미'입니다.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 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때로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뜻하지 않은 방향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일부러 거짓된 상황을 연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모든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어쩌면 작업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말하면 어제의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내일의 나는 다시 오늘의 나를 배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는 아이러니가 저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차벽을꽃벽으로.jpg

[이미지 제공=이강훈 작가 페이스북] 저작권자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음


Q. 이번 국정농단 때 경찰차벽을 꽃벽으로 만드신 장본인이시고 기사화도 많이 되셨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을 이용하게 된 건지도 알고 싶습니다.


A. 꽃벽 프로젝트 역시 질문에서 시작된 작업입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경찰차벽 앞에 서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과격하지 않게, 즐겁게 이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요. 퍼포먼스를 시작한 시기는 아직 평화집회와 과격집회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던 때였습니다. 닭장 속의 닭들처럼 온순하게 촛불을 드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하고 회의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폭력시위는 오히려 정부에 본격적인 탄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화적이면서도 위법적인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흔히 폭력과 위법을 동일시하는데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위법적인 것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가령 경찰차벽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 처럼요. 시민들이 차벽에 꽃 스티커들을 붙임으로써, 폭력을 쓰지 않지만 우리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꽃을 선택한 것도 결국 평화라는 상징성을 의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광화문광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차벽이 꽃벽으로 바뀌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면서 동시에 근사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며칠 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소식을 들으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생방송으로 헌재의 판결을 지켜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일단은 우리가 결국 이겼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지만 동시에 여러 감정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아마도 세월호의 아이들이 생각나서였을 겁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이 아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에서 시작된 것이었으니까요.


Q. 가장 보람찼던 적이나 힘들었던 적이 있으시다면 언제였나요?


A. 처음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부모들이 아이의 손을 이끌고 차벽 앞에서 스티커를 쥐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스티커의 의미를 미처 알기도 전에 저항에 참여한 기억을 가지게 된 셈이죠. 어딘가에 예쁜 꽃 스티커를 붙이는 재미있는 행위 정도로만 기억하더라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었던 기억도 역시 초기에 있었는데, 갑작스런 관심과 함께 그만큼 비난의 여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려거든 그냥 집회에 나오지도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식의 비난에는 다소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서부터는 그런 반응들 역시 다양한 피드백들 중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작업의 흥미로운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이 기사를 볼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탄핵이 인용된 다음날인 지난 311일 집회를 마지막으로 열다섯 차례의 꽃벽 퍼포먼스는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처음 차벽을 뒤덮은 꽃 스티커로 시작한 퍼포먼스는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노란꽃 스티커로 변신하고, 차벽이 거의 사라진 후부터는 다시 시민들의 메시지를 스티커에 담아 전하는 메시지스티커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집회에서 스티커만 나눠드리면 대부분 바로 차벽을 떠올리게 되었고, 차벽이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스티커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평화저항'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개인이 아니라 여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만들어낸, 우연하지만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저는 이제 다시 작가의 입장으로 돌아와 지난 넉 달간의 퍼포먼스와 이 프로젝트를 둘러 싼 여러 현상들에 대한 정리와 기록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것이 끝나고 하나의 결과물로 나오면 비로소 꽃벽 프로젝트도 끝나게 될 것입니다.


굳이 집회 현장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여러 곳들에 우리들의 작은 상상들이 더해진다면 아마도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흥미로운 것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굳이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질문을 던지는 것은 그래서 그 자체로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꽃벽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으로만 끝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가끔 해보곤 합니다. 그랬더라면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는 없었겠죠.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한 길 위에 일단 한 번 서 보는 것, 그리고 발걸음을 움직여 보는 것. 그 정도만으로도 꽤나 즐거운 여행이 시작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평화저항의 의미에 대해 다시 되새겨보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강훈 작가. 이런 분과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따뜻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 모두 생각만으로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보자. 그게 무엇이 될지 어느 누가 알겠는가?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이강훈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4기 허선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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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기소윤지기자 2017.03.25 14:21

    대한민국의 평화적인 시위와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분야를 살려서 꽃스티커를 붙일 생각을 하셨다느게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저도 저의 흥미를 살려서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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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기장수임기자 2017.05.01 00:04
    쓸데없는 짓이라니...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그것도 위 기자분 말씀처럼 평화적인 시위와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분야를 살린 행동에 대해서 비난을 하다니... 작가님께서 상처받으실 만도 하셨겠어요... 어쩌면 이렇게 비난받을 것을 예상하고도 진행했다는 점에서 작가님이 참으로 존경스럽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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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기조영지기자 2017.05.21 23:24
    작가님 같은 분들 덕분에 국정이 혼란하고 참혹한 상황에서도 평화시위를 통해 민주적으로 뜻하는 바를 결국 이뤄내고 우리나라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로 정치에 참여하셔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기사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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