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가장 섬세한 사랑이다"...영화 '소울 메이트'

by 22기배현주기자 posted Jun 13, 2023 Views 6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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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가이 영화는 이 물음에 긍정으로 답한 두 주인공의 생각을 깨뜨리며 전개된다. 나조차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며 성장의 아픔과 불확실함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상대의 아픔을 알기에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곁에 있든, 곁에 있지 않든, 태양과 달처럼. 사랑과 우정. 우정과 사랑. 미로 같은 두 단어 사이 서로의 꿈을 그리던 아름답고 찬란한 이야기. 영화 소울메이트를 소개한다.


우정은 가장 섬세한 사랑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다니던 문장이다. 우정과 사랑은 별개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랑 안에 우정이 있다. 벅차오르게 애틋하고 벅차오르게 사랑하는 감정이 우정이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하은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드러낸 미소처럼, 이들의 우정은 사랑 없이는 꺼낼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인이 죽고 힘없이 살던 미소에게 하은이 토해내듯 뱉은 말은, 너를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미소의 마음은 속수무책으로 발가벗겨진다. 우정이 이보다 노골적일 수는 없다 느껴졌다. 해는 그림자 덕분에 안온하게 빛나듯, 돌고 돌아도 사랑을 뱉어내는 그들을 보며 사랑의 섬세함을 느꼈다


영화 중반부에 아주 잠시 비춰지는 영어 문구이다. 하은은 미소의 자유로움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 속의 섬세함을 사랑한다. 진우는 하은과 만나면서도 그의 얼굴에 있는 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미소는 하은에게 처음으로 뒷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하은의 점을 사랑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둘의 사랑이 처음으로 드러난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라 생각한다. 진우는 옆에 있으면서도 모르지만, 미소는 곁을 내주면서도 그의 아주 작은 점을 아는 동시에 그걸 사랑하기까지 한다. 뒤돌아 볼 때 순간의 눈빛과 하품할 때 맺히는 눈물, 그리고 웃을 때 보이는 앞니 두 톨을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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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소울 메이트 공식 SNS]


나는 문득 당신이 늘 그리는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랑 없이는 그릴 수조차 없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 마음을 그리든, 봄을 그리든, 그리운 누군가를 그리든, 최대한 똑같이. 모든 그리움은 사랑을 닮아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본 당신은 외려 사랑이 그리움을 닮아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진우를 그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깊이 알게 된 하은처럼, 당신이 그 사람을 그리며 당신의 사랑은 무엇을 닮아있는지, 그 사랑은 무엇을 그려내고 있는지 깨달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소와 하은의 마지막 통화 장면을 보며, 헤어질 결심이 떠올랐다. 해준과 서래가 마지막으로 통화하며 서래가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고백할 때,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는 순간이 겹친다. 소울메이트를 보며 어쩌면 미소와 하은이 해준과 서래보다도 애틋하게 사랑했다고 생각했다. 헤어질 결심의 그들보다 사랑을 알아채기 어려웠을 테니까. 서래와 해준의 사랑은 아무도 모르는 깊은 바다 속에 있다면, 미소와 하은의 사랑은 그들이 쌓아온 무수한 그림들과 둘이 함께 비로소 완성한 미소의 그림에 묻어있는 것이다.


원작인 칠월과 안생의 화장실 씬을 보니 이 영화가 더 좋아졌다. 원작에서는 안생이 칠월과 가명 모두 사랑하지만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칠월이라고 한다. 돌고 돌아 깨닫게 되는 어떤 변치 않는 사실처럼. 칠월과 안생이라는 제목처럼. 우정이라 치부해 피해도 돌아올 사랑처럼.

 

"네가 아무 이유 없이 날 이해한 것처럼, 나도 아무 물음 없이 너를 이해할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치 미소가 하은에게 했을 법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나를 그리며 떠올렸을 우리의 무수한 순간들을 잘 간직한다는 다짐같은 영화라고 총평한다. 미소가 하은의 유작을 완성하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보았을 때 천천히 떠올랐을 여름의 은하수처럼. 

 

이 영화를 무어라 정의해야 할지 이 긴 글을 쓰면서도 끝까지 떠올리지 못했다. 숨이 차게 당신에게 달려가는 마음을 무어라 정의할 도리가 없다. 당신에게 가는 길에 본 꽃과 나무와 고양이 모두 당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나는 그래서 당신을 그리고 싶었다. 당신을 그리며 당신보다도 내 마음을 알고 싶었다. 당신을 느끼는 나의 마음을. 그 마음을 적나라하게 알게 되어 나는 당신의 그림으로만 남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당신을 다시 만나는 날에는 내가 당신을 그려주겠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나는 너의 그림이 되었다.

  

우정은 사랑보다 훨씬 비극적이다. 우정이 사랑보다 더 오래 가기 때문이다작가 오스카와일드가 한 말이다. 잔인하리만큼 미소와 하은을 완벽히 표현한 문장이다. 영화는 하은과 진우의 사랑에 대해서 깊게 서술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미소와 하은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든 다 좋다는 말로 사랑을 퉁치는 진우의 사랑으로는 미소와 하은의 사랑을 가늠할 수 없다.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어 사랑인 줄 몰랐을 그들은 비극적이고 가히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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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소울 메이트 공식 SNS]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림처럼 자유로운 하은이 바이칼 호수 앞에서 미소짓는 장면이다. 이제야 자유로워진 하은은 미소가 준 바이칼 호수 엽서 사진을 손에 들고 장엄한 바이칼 호수를 천천히 걸어나간다. 처음에는 이걸 왜 마지막 장면으로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이들을 마주하고 나선, 그 의미를 한 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도 모를 너의 자유 앞에서 힘껏 행복하겠다는 너의 다짐. 그리고 옅게 띄우는 미소. 그 뜻만으로도 이 영화는 완전해진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랑이나 우정을 논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감히 말해본다. 두 단어를 뛰어넘어 흐릿하게 보이는 저 너머의 나와 너, 비로소 우리. 나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영화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물음을 띄우는 당신에게 직선을 그려 길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하은과 미소의 그림처럼, 흐릿하면서도 또 때론 선명하게 보여준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22기 배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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