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을 마신 남자, 배리마셜

by 4기김민정기자 posted Oct 09, 2017 Views 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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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여기 며칠간의 고민 끝에 박테리아 10억 마리를 마신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바로 배리 마셜 (Barry J. Marshall). 지금부터 그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1951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최대 금광 도시인 캘굴리에서 19살, 18살의 어린 부부가 첫아이를 낳았다. 바로 배리 마셜. 어린 시절의 마셜은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끝까지 읽지 않으면 손에서 놓지 못하고, 버려진 기계가 있으면 꼭 뜯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남다른 아이였다. 또한 아버지는 수리공, 어머니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화학 약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화학 약품들을 적절히 섞어 불꽃놀이용 화약을 만들거나 모스 부호 발생기를 만들어 동생들과 함께 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꿈 많고 호기심 많던 소년은 의대에 진학하여 1977년 로열 퍼스 병원에서 위장병학 전문의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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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김민정기자]



3년 뒤, 마셜은 인생을 바꿔줄 동료를 한 명 만난다.

 그 동료는 바로 로빈 워런(J. Robin Warren). 마셜과 워런이 만났을 당시에는 워런이 만성위염 환자의 위 점막을 관찰하다가 세균처럼 보이는 나선 모양의 것들을 발견했다. 또한 이것들의 주위에는 늘 염증이 나 있어 당시의 만성질환은 세균과 관련이 없다는 것과 위에는 세균이 살지 못한다는 통념을 뒤로하고 나선 모양의 정체를 밝히는 연구에 착수했으나 학계는 그를 미치광이로 몰아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마셜만은 워런 박사의 나선 모양의 발견을 넘기지 않고 그때부터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우선 세균이 위 속에 산다는 증거를 제시하려면 세균을 배양해야 했다. 위 속 환경과 거의 유사하게 온도, 습도, 영양분을 맞추었지만 배양 접시의 세균은 자라지 않았다. 몇 달에 걸친 배양 실험이 모두 실패하자 너무 지친 나머지 휴가를 떠났는데 이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그들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은

 실수로 방치해 두었었던 배양 접시가 휴가를 다녀오니 안에 균이 배양되어 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보통 실험실에서는 48시간 동안만 배양한 뒤 폐기하는데, 헬리코박터균은 다른 박테리아보다 천천히 자라 관찰 기간 동안 눈에 보일 정도로 자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나선 모양 세균을 마셜 박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로 명명했다. 이때 헬리코(helico)는 나선형을, 박터(bacter)는 세균을, 파일로리(pylori)는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통하는 유문 부위를, 합쳐서 위와 십이지장의 연결 부위인 유문 부위에 존재하는 나선형 모양의 세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배양했다는 기쁨도 잠시, 두 사람은 두 번째 벽에 부딪히게 된다. 배양된 헬리코박터를 동물에 주입했지만 어떤 동물도 위장질환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헬리코박터가 위 속에 존재할 수 있을 뿐 위궤양, 위암 등 질환의 원인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셜 박사는 며칠간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가 결국 무모한, 하지만 용감한 실험을 감행하게 된다.


마셜의 무모한, 하지만 용감한 실험

 그것은 바로 직접 실험 대상이 되어 헬리코박터가 가득 든 용액을 마시는 것이었다. 마셜 박사가 이런 무모한 결정을 하게 된 것은 간단한 의학적 지식인 '인수 공통 질병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마셜 박사는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고 용액을 마셨고, 급성 위궤양에 걸려 위가 뒤틀리고 구역질이 나는 고통을 겪으면서 스스로 일지를 쓰고 위 점막 여기저기에 헬리코박터들이 박혀있는 것을 채취하고 다시 배양해 헬리코박터가 위장질환의 원인인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헬리코박터에 의한 궤양이 아니라 단순 소화성 궤양이라 여겼을 때의 치료 방법은 위산 생성 억제였다. 그래서 헬리코박터균이 원인일 때는 오히려 더 상태가 악화되었는데, 마셜 박사와 워런 박사의 연구 덕분에 원인에 따른 알맞은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헬리코박터를 통째로 마셨던 마셜 박사는 통증에 시달리다가 항생제를 먹고 나서야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로 이어진 치료 연구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이 위에서 제거되었을 때 환자들의 소화 궤양이 치료되는 것을 확인해 새로운 치료 기회를 얻게 되었다. 따라서 두 사람은 2005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연구로 많은 사람들이 만성감염, 염증, 암의 관련성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IT·과학부=4기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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