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빠르고 편안한 발이 되어주는 교통수단인 지하철. 그러나 많은 지하철 탑승객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행위가 있으니 바로 ‘맨스프레딩(대중교통에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 일명 ‘쩍벌’이다. 지하철 쩍벌남, 쩍벌녀들은 지하철 대표 민폐 승객으로 꼽힌다. 쩍벌 행위 외에도 다리를 꼬고 앉는 행위 역시 옆 사람에게 엄청난 불편함과 민폐를 끼치곤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서울지하철 3호선 일부 열차에서는 쩍벌남, 쩍벌녀는 물론 다리를 꼬고 앉는 사람들을 잘 볼 수 없었다. 열차에 탄 사람들은 가지런히 다리를 모으고 앉아 탑승 매너를 잘 지켰다. 그 비밀의 열쇠는 발 아래 부착된 오렌지하트 스티커.
지하철 바닥에 부착된 오렌지하트 스티커의 모습 〔이미지 제공=서울시 공식 페이스북〕
‘하트 위로 발 모으면 더 행복한 지하철’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 스티커는 대학생들의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하였다. ING생명이 주관한 '넛지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학생들이 오렌지하트 스티커 캠페인의 아이디어를 냈고, 서울시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난해 12월부터 코레일, 서울메트로와 협력해 지하철 3호선에서 시범적으로 오렌지하트 스티커를 부착하는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오렌지하트 스티커 캠페인의 결과는 놀라웠다.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좌석과 비교해보았을 때 다리를 벌리거나 꼬고 앉은 승객의 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 승객들과 누리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바람직한 좌석 매너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코레일은 이번 달 2월 1일부터 약 3달 간 이 캠페인을 분당선 차량에까지 확산할 계획이며, 추후 결과에 따라 타 노선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하철 3호선 사용자인 이 모 학생(18)은 "발 밑에 있는 오렌지하트 스티커 모양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 발을 모으게 된다"고 말하며 "단순해 보이지만 승객들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캠페인의 긍정적인 공익적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많은 지하철 탑승객들이 다리를 벌리거나 꼬지 않게 된 것은 강력한 법적 규제도, 단속도 아니었다. 그것은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작은 시도가 낳은 기적이었다. 어쩌면 우리 생활 속 변화의 시작은 이처럼 작은 시도로 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오렌지하트 스티커 캠페인의 공익적 확산과 더불어 바람직한 지하철 탑승 에티켓 확립을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3기 이상훈기자,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