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진영 대학생기자]
이번 여름,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가 찾아왔다.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A동에서 진행되는 탐화림전은 일상 속 무의식에 스며든 자연에 대한 갈망과 죽음을 향한 인간의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팀보타의 특별전으로 오는 9월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늘 과정은 우리를 무기력으로 잡아끈다. 원하는 목적에 다다르기까지의 여정은 위험과 좌절을 동반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에 놓여져 있고, 고통받기 위해 태어났으며, 예정된 삶의 끝을 보면서도 끊임없이 달려가야 한다.
그러나 인간만 이런 욕심을 부리는 것일까. 팀보타는 그렇게 판단짓지 않는다. 자연에도 탐이 존재하며, 잎사귀는 더 많은 태양을 차지하기 위해 면적을 넓히며 성장한다. 여러 조명과 장식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잠시나마 현실과 동떨어져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마치 오로라를 연상케 하는 천장의 비닐 조형물과 휴식의 쉼표를 찍어주는 듯한 바닥의 원형들은 시공간의 감옥을 깨고 우리의 정신에 침투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난해하기도, 어쩌면 엉성하다고 느낄지 모르는 이 전시는 의도적으로 우리의 생각의 틀을 깨버리면서 있는 그대로 사물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만든다. 전시 초반까지만 해도 전시가 특별할 것 없이 예쁜 인테리어만으로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다가도, 그 안에 팀보타의 끝없는 고민과 깊이 있는 결정이 작용해왔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진영 대학생기자]
단지 '탐'에 대한 이야기만이 이 전시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그 수많은 생명들이 선택한 생존의 전략과 감정의 미로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의 모습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음악은 웅장하게 각 전시공간을 유기적으로 이어주고, 색색깔의 테마들은 팀보타의 감각적인 재능을 더욱 돋보인다. 특히나 눈에 띠는 지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수많은 ‘거울’들이다. 거울은 평생 절대 보지 못할 자신의 모습을 비춰준다는 올곧은 목적을 가진 사물이다. 거울에 비친 자연의 형태를 보면, 조화되지 않은 듯하면서도 함께 공존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좁은 공간도 두 배, 아니 네 배로 넓어 보이게 만드는 효과로 우리 세계의 광활함과 그 속에서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인간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병치’는 잠시동안의 허무함과 숨겨져 있던 욕망, 결국은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와 정해진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화려한 색채는 의식의 다양성을, 텅 빈 어둠은 무의식의 심연을 살펴보게 만들며, 언젠가는 변하는 사람의 마음이 한때는 ‘실체’였음을 한탄하게 한다. 팀보타는 생화와 실제 식물들을 이용하여 전시 공간을 구성하여 인위적임을 배제하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오롯이 서있는 환경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향기는 덤이다. 촉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지 탐화림 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마치 주마등처럼 우리를 스친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김진영 대학생기자]
돌 위의 이끼, 대나무숲, 거꾸로 뒤집한 나무들, 심해를 연상케 하는 해저 식물의 모형과 후광으로 빛나는 나뭇잎은 특별할 것 없는 나날에 번쩍 뜨이는 깨달음의 촉매제가 되어 최근의 많은 전시에 반문하는 듯한 용기도 보여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전시를 ‘사진’ 찍기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고들 방문한다. 인스타 업로드를 위해 생각 없이 찍어놓은 셀 수 없는 사진들은 ‘좋아요’를 받고 그 목적을 상실한 채 기억에서 잊혀지고, 또 실물 없이 삭제되기도 한다. 진심은 언제나 닿게 되어있다. 팀보타가 진심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에 우리도 진심으로 다가가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시도는 곧 노력이 되고, 노력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높은 층고의 전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다보며, 잠시동안 늘 우리 곁에 있던 하늘의 소중함을 그리워하고, 또 싱그러운 실제의 자연을 떠올리자. 인간이 얼마나 한낱 눈앞의 이익과 자존심을 위해 주변과 싸우고 지구를 병들게 했는지를 반성하자. 대칭으로 비치는 식물들 사이에서 반딫불이의 치열한 움직임과 소리가 마치 별처럼 우리 위를 수놓는 것을 그저 쳐다봐보자. 우리는 겉 표면에 속아 상대의 뿌리를 들여다볼 생각은 잘하지 못한다. 책 여러 권을 읽고 끝나는 것보다,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설명하지 않아도 명확하다. 자연의 뿌리 깊은 존재 이유와 누군가의 속에 심어져 있는 '탐'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과하지 않은 욕심이 태양 아래 모든 것을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구성품으로 그 자리에 놓이게 했는지의 발자취는 이곳, 탐화림에서 우리를 감동과 각성의 길로 이끌 것이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6기 대학생기자 김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