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본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칼로 예술을 하는 작가들이 개최한 목판화 전시회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목판 인쇄 방식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 팔만대장경, 대동여지도 등으로 화려한 역사를 자랑한다. 목판화는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진 것과 같이 목판 인쇄의 방식으로 그려내는, 즉 목판을 조각하는 예술이다. 이러한 목판화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다양한 목판화를 전시하는 <신비로운 블록버스터 판화의 세계: 나무, 그림이 되다>가 2021.05.04~2021.05.30에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렸다.
전시는 1부 <국토 LAND>, 2부 <사람 HUMAN>, 3부 <생명 LIFE>로 구성되고 있으며, <신비로운 블록버스터 판화의 세계: 나무, 그림이 되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우리가 흔히 볼 수 없었던 대형 목판화 100점을 중심으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1부 <국토 LAND>에서는 그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의 국토를 그린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 해당 전시가 관심을 끈 이유 중 하나인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에 걸려서 화제가 된 김준권 작가의 ‘산운(山韻)’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토를 그리는 산수화라고 해서 심미적인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풍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분단의 현실을 꼬집는 DMZ를 표현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김준권 '山韻'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안상원 대학생기자]
2부 <사람 HUMAN>에서는 역사 속 인물과 동시대를 살고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형상화했다. 작품 중에선 자화상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 평생 자신의 얼굴을 평면으로 보고 살아가는 사람이 목판화라는 방식을 통해서 스스로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3부 <생명 LIFE>는 인간의 생명성 파괴를 반성하는 의미의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목판화라면 나무에 새겨진 것을 종이에 인쇄한 그림이겠지.'라는 사람들의 상상을 부수고 목판화라는 수단을 빌린 설치미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었다.
나무에 조각해서 입체적인 모양을 만들고, 종이에 인쇄하여 평면 속에 결과물이 들어가지만, 관람객들에겐 입체적인 관점에서 보게 하는 <신비로운 블록버스터 판화의 세계: 나무, 그림이 되다>에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3기 대학생기자 안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