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제주외국어고등학교 시청각실에서 2020학년도 GLEAS Talk Concert가 진행되었다. 외교, 번역, 경영, 법, 인권의 5가지 분야로 나누어 ‘COEXIT’라는 주제를 이끌어낸 이번 Talk Concert에는 발표를 맡은 GLEAS 동아리 부원들과 60명가량의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이번 GLEAS Talk Concert에서는 ‘COEXIT’, 즉 공존이라는 개념을 대주제로 선정하여 이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탐구한 내용과 그 속에 녹아들어 있는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21세기, 개인의 이익과 가치를 가장 중요시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의 공존이 무엇인지, 또 이러한 공존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준비된 발표에 학생들의 이목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순서인 ‘인권’ 분야의 발표를 맡은 2학년 영어과 양시원 학생과 1학년 스페인어과 송수민, 1학년 중국어과 고민지 학생은 ‘디지털에서 피어나는 연대의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였다.
[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7기 한나킴아벌레기자]
정보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우리는 클릭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한 연대의 도래가 찾아오게 되었다. 연대란,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책임을 진다는 의미의 단어로, 현대 사회의 시민들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즉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퍼뜨리곤 한다. 이러한 SNS 연대는 주로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진행되는데, 이를 통해 디지털 연대 시대의 새 역사를 열었으며 국내외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들에 대한 디지털 연대가 그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N번방 사건은 2020년 초 공론화된 조직적이고 정교적인 텔레그램 내 성 착취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인권단체인 ‘닷페이스’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 단체는 인권 변호사와 피해자들을 만나서 사건을 조사하고 해시태그를 이용한 인권운동을 최초로 진행하기도 했다. 닷페이스의 노력에 이어 시민들도 해시태그 연대를 시작했는데, 이 해시태그의 내용이 점점 구체화되면서 사건의 가해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기를 원하는지 표현했다는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N번방 사건에 대한 디지털 연대는 여러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범국가적인 공론화가 되어 시공간을 초월한 연대의 이례적이고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으며, 국내에서의 연대에 그치지 않고 여러 국가들의 연대를 촉구하고자 했던 점이다. 실제로 N번방 사건은 미국과 유럽 국가 등 해외 국민들에게도 알려지며 영문 해시태그 또한 생겨나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스쿨미투’ 사건이다. 스쿨미투는 재작년인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지속되며 전국 각지의 교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보냈다. 이런 스쿨미투의 도화선은 ‘충북여중’이었다. 모두가 쉬쉬해왔던 학내 성희롱, 성폭력에 관해 학생들이 입을 열었고, 학생들이 연 트위터 계정은 스쿨미투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충북여중_미투 #충북여중_우리는_멈추지 않는다 등의 해시태그를 생성해내며 널리 알려지게 된 스쿨미투는 여러 분야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먼저, 첫 시작을 이끌어낸 충북여중에 교내성폭력 교내 공론화 대책위원회가 열리게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가해자들의 법적 처벌을 이끌어내게 되었다. 또한, 다른 학교 여학생들이 학교 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스쿨미투 운동은 묻히지 않고 계속해서 활발히 진행되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사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디지털 연대는 활발히 일어난다. 그 예로 올해 초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Perry Floyd) 사건을 들 수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진행된 ‘Black Lives Matter’ 연대는 2012년, 17세의 흑인을 죽인 백인 방범대원이 무죄 판결을 받자 해시태그 #blacklivesmatter를 사용하여 연대한 것이 시초이다. 이 디지털 연대가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기반으로 다시 활성화된 것이다. ‘Black Lives Matter’ 연대는 미국 내에서의 운동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며, 흑인 인권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지게 했다. 이와 같은 ‘Black Lives Matter’ 연대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범지구적 문제로 확장해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같이 분노하고 연대한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다.
철저한 개인주의가 되어버린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미디어 매체를 통해 연대를 하는 것은 굉장한 의의가 있다. 발표자 고민지 학생은 “작은 연대란 없다. 그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들을 응원할 뿐이다. 우리는 이 발표를 끝으로 모든 사람들이 인권 연대로서 더 잘 뭉치기를, 언어의 장벽이 연대를 통해 무너지기를, 디지털 연대를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며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사회부=17기 한나킴아벌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