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누가 봐도 강소국인 싱가포르는 불과 60년 전만 해도 주변 국가들로부터 지속하는 안보 위협과 변변찮은 어업과 무역중개업만을 산업으로 가진 어촌마을 수준의 도시국가였다면 여러분은 믿겠는가. 사실상 아무런 자원도 없었던 싱가포르가 현재에 위치에 올라서는 데는 싱가포르 정부의 유능함과 선구적인 정책 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런 싱가포르 정부의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이자 미국 언론계의 대표적인 아시아통 중 하나로 불리는 톰 플레이트가 인터뷰한 리콴유(1923~2015) 싱가포르 초대 총리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리콴유 총리는 싱가포르를 현재의 경제 강국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며 싱가포르의 국부(국가의 아버지)로 불린다. 고등학생 시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통틀어서 1등의 성적을 거둔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Double Starred First-Class Honours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이는 현재에도 천재 중의 천재한테만 주는 학위이다. 이후 그는 1959년 싱가포르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마자 바로 신생 정부의 총리가 되었으며, 중화권 문화와 서구의 문화를 결합해 운영해 나갔다. 예를 들어 그는 당시 싱가포르 관료 사회에 만연한 중화권의 촌지 문화를 없애기 위해 탐오조사국(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을 세워 지금까지도 싱가포르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정부들 중 하나가 되도록 기여했으며 교육시스템을 모두 영어를 기반으로 만들어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의 국민들을 결합시키려 했다. 한편 그는 30년동안 총리로 집권하면서 사실 상의 권위주의를 기반으로 한 개발 독제, 야당 탄압, 그리고 사실상 아들한테 총리직을 세습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독재에 대한 외국인들의 비판에 리콴유 총리는 아시아에는 서구와는 다른 아시아에만 맞는 정치 시스템이 있다고 맞받아쳤었다.
이 책에서 톰 플레이트는 리콴유를 인터뷰한 것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쓴다. 다른 책들과 달리 국가지도자로서의 리콴유에 대한 분석과 함께 공인으로서의 리콴유,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리콴유를 함께 살펴본 것이 상당히 인상 깊다. 리콴유 총리의 개인적인 정치철학으로 시작한 이 인터뷰는 그가 어떻게 다수결 민주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그를 비판하는 서구 언론들에 대한 총리의 반론을 조명한다. 이후 인터뷰는 총리 개인에서 싱가포르를 운영하면서 있던 일들로 넘어간다. 예컨대 그가 국가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들을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인도와 같은 다른 나라에서 총리직을 수행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할 수 있을 거 같냐는 질문이 흥미로웠다. 인터뷰는 마지막으로 국제정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어보는데 그가 지금까지 만나온 무수히 많은 대통령, 총리, 국왕들의 이름이 나와 앞으로 국제외교가 어떻게 돌아갈지에 대한 생각이 나온다. 한편 이런 진지한 얘기들 사이사이 톰 플레이트가 리콴유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생각한 점, 그가 리콴유와 나눈 농담, 중국인 아버지에 대한 총리의 생각, 그리고 인터뷰 당시의 분위기들이 생생하게 나와 책의 진지한 분위기를 완화해준다.
지난 5월 필자는 리콴유 총리의 자서전을 리뷰한 적이 있다. 당시 읽은 자서전은 리콴유 총리만의 입장들을 서술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인상을 깊게 받은 단점이 있는 한편, 이 책은 총리가 항상 비판해온 서양인들의 입장을 리콴유 총리의 입장과 함께 배치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시아만의 가치들을 강조해온 그가 어떻게 톰 플레이트가 던지는 공격들에 답하는지와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정치부=9기 홍도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