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졸병도 여왕이 될 수 있다, 한승태 작가님을 만나다

by 4기이슬기기자 posted Feb 27, 2017 Views 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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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동안 학교에서 독서 프로그램을 하던 중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었다. 대한민국 일용직 노동자들의 어려움과 그 실태를 담은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이었다. 다른 책들과 달리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썼고, 독특한 표현들이 인상 깊어서 꼭 작가님을 뵙고 싶었다. 일용직 노동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어서 인터뷰 요청을 하였는데,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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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촬영=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슬기기자]


Q. 책 집필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일하면서 모은 자금으로 글을 쓰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일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조건>이 첫 작품이어서 무척 기대가 컸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상상도 해보고, 책 하나만 내면 유명 작가가 되어 제 삶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더군요. 반응이 생각보다 없어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Q. 언제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셨나요?

A. 글쓰기는 중학교 때 막연하게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냥 조금 흥미를 느끼는 정도였는데,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대학생 때 문학 동아리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포스터를 보고 충동적으로 이끌려서 갔습니다. 처음에 동아리를 들어가는데, 촛불 하나를 키고 두 명의 학생이 마주 앉아 책을 읽고 있더군요. 천장에는 콘센트가 얽혀있어 마치 공사 중인 듯한 모습이었고, 환경이 매우 열악해 보였습니다. 정기적으로 글을 써서 서로 보여주고 이야기하며 활동한 시간들이 재밌었습니다. 지금도 제 대학시절을 떠올린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동아리 활동입니다.


Q.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책에서 길이의 소수점까지 알려주셨는데 직접 측정을 하신 것인가요?

A. 네, 발자국을 사용하기도 하고 눈대중으로 측정한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저만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습관이 되기도 했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전달하자는 것이 제 의도입니다. 저는 세트-인물-대화 순으로 묘사를 합니다. 지금도 이 상황을 만약에 책으로 쓴다면, 가로, 세로 17m 정도 되는 카페에 앉아 길이 3m 정도되는 책상에 앉아서 제 앞에 있는 예쁜 여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묘사합니다.


Q. 일부러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일자리를 자주 바꾸시는 것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인가요?

A. 글쓰기를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일들이 다 너무 지루하고 단순히 반복되어서 오래 하기가 힘듭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꽃게잡이 배와 양돈장에서 일한 것입니다. 해변과 바다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해변이 휴양지라면, 바다는 가슴 벅찬 일입니다. 저는 아직도 바다가 주는 느낌을 잊을 수가 없고 자꾸 떠오릅니다. 두려울 때도 많았고,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창을 닦을 때면 손이 닿지 않아 난간에 서서 닦아야 하는데 제 뒤로는 정말 바다거든요. 그야말로, 떨어지면 끝장입니다.

그리고 양돈장에서 했던 일이 좋았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좋았습니다. 정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친한 형도 생겼습니다. 다들 비슷한 처지이다 보니 자신들의 이야기도 마음 놓고 털어놓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동지애도 느낄 수 있는데 모두 사회에서 소외되었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Q.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A.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재밌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주제이든 방식이든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제가 손님을 무례하게 대하거나, 마음대로 물건을 가져가는 등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요, 몇몇은 픽션이고 몇몇은 사실입니다. 저도 저의 이런 행동들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있는 그대로 쓴 것뿐입니다. 사람들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생각과 행동이 다른 모순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바르게 산다 라기보다는 나도 똑같은 사람이고 실수를 하고 산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Q. <인간의 조건>이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가요?

A. 사실 이것은 출판사에서 지은 제목입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보자마자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바꿨습니다. 제가 의도한 제목은 Queening이었습니다. 체스에서 가장 약한 폰이 상대편의 진영 끝까지 가면 여왕이 되는 것을 Queening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노력하면 여왕이 될 수 있고, 우리 사회도 이래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인간의 조건>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문화부=4기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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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기최진혜기자 2017.02.27 13:56
    오!저도 한 번 이 책을 읽어봐야겠군요!!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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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기김서현기자 2017.02.27 16:01
    저도 이 책을 되게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이 어떤 분이 신지 궁금했었는데 섭외가 힘들었을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솔선수범해서 인터뷰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정말 중요한 내용을 인터뷰 하신 것 같아요!!다음에도 멋진 기사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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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기홍민서기자 2017.02.27 17:06
    글쓰기를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신다는 한승태 작가님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꼭 읽어봐야겠네요. 덕분에 좋은 책과 작가님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좋은 기사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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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기박미소기자 2017.04.02 18:42
    처음 작가님께서 의도한 제목이라는 Queening도 정말 좋은 제목인 것 같아요. 가장 약한 폰이 상대편의 진영 끝까지 가면 여왕이 되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노력하면 여왕이 될 수 있고, 우리 사회도 이래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말이 기자님 기사 읽으면서 정말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인간의 조건> 책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은 기사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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